[오늘과 내일] 검사장 직선제, 진지한 도입 논의가 필요하다

▲ 조성천 변호사

진 모 검사장은 친구인 넥슨 김 모 대표로부터 2005년 넥슨 비상장주 4억여원 어치를 공짜로 받은 뒤 2015년 매각해 126억원 '주식 대박'을 터뜨렸고, 넥슨의 법인 차량인 제네시스를 공짜로 타다가 넘겨받았으며, 김 대표로부터 11차례에 걸쳐 가족 해외여행경비 5000여 만원을 받았고, 한진그룹 비리와 관련 내사를 하다가 사건을 덮는 대가로 처남의 청소용역 업체를 통해 134억원 어치 일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1심 법원은 진 모 검사장에게 징역 4년의 중형을 선고하였다.

또한, 지난달 7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1118호에서 검찰 조사를 받던 우 모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웃음 띤 얼굴로 팔짱을 낀 채 한가롭고도 여유있는 표정을 짓고 있고, 맞은 편의 검찰 관계자들은 손을 앞으로 모으고 우 모 전 수석의 말을 경청하는 듯한 모습이 일간지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되어, 전 국민적 공분을 자아냈으며 '황제 소환', '황제 수사'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이렇듯 검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하늘을 찌르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검찰권의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 및 개혁의 문제가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이에 대한 대안의 하나로 요즈음 논의되는 것이 바로 검사장 직선제다.

검사장 직선제란 일정 경력 이상의 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임용직이 아닌 직접선거로 뽑는 선출직으로 전환하자는 것으로, 대표적으로 미국에서는 주(state) 검사장과 카운티(county) 검사장을 지역 주민의 직접 선거로 선출하고 있다.

비교법적으로 검토할 때, 미국, 독일의 경우 지역별로 독립되어 조직되는 별개의 검찰청이 병존하며,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페인, 남미에 있어서는 우리나라 검사의 직무를 법원에 속한 수사판사가 담당하는데 그들 판사들을 상명하복의 위계체제로 묶는 조직이 없는바, 우리나라와 같이 피라미드형 검찰 제도를 가진 나라는 사실상 전무하다.

검사장 직선제의 도입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대통령-법무부 장관-검찰총장-검사장으로 이어지는 권력 고리를 끊어내어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전국의 검사가 지휘복종의 통일적 조직체를 이루고 있다는 '검사동일체 원칙'을 무력화시킬 수 있고, 선거를 통해 능력과 자질이 검증된 인물이 검찰권을 쥘 수 있어 유권자의 뜻에 배치되는 검찰권 행사를 억제할 수 있으며, 검찰 권력의 지방 분권화를 도모할 수 있고 지방 검찰청간 정책 경쟁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다는 점 등의 순기능을 강조한다.

반면 검사장을 주민에 의해 선출할 경우 선거운동에 많은 비용이 들고 특정 정당과 결합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투표권자가 무관심할 경우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는 능력이나 자질없이 포퓰리즘에 능한 사람을 선출할 가능성이 있으며, 검사동일체 원칙과 같은 기존의 검찰 조직 원리를 대폭적으로 수정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도 만만치 않다.

한편, 만일 검사장 직선제를 도입한다고 가정하더라도 구체적인 도입 조건 및 범위에 대해서는 아직 이견이 많은바, 투표권자를 미국처럼 주민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변호사 및 검사 등 법조인으로 한정할 것인지, 직선제 검사장에게 검사 보직에 관한 인사권을 줄 것인지, 검찰총장과 선출직 검사장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 등이다.

이와 관련, 대한 변호사협회에서는 지난 8일 국회에서 '검사장 직선제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해 검사장 직선제 도입을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모색했고, 박 모 국회의원은 지난달 30일 검사장을 국민의 선거로 뽑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검찰청법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소수의견으로 치부되던 검사장 직선제가 공개 토론석상에 올랐다는 자체가 변화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인바, 검사장 직선제는 검찰을 정치 권력과의 고리를 끊어내는 근본적 방안 중 하나이기에, 이에 대한 진지한 도입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조성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