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에 나가고자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버스를 기다리던 두 아낙이 최순실 욕을 나누고 있었다. “최순실이 박근혜보다 위(上)에 있었다며?” “내 말이. 전(前) 청와대 조리장조차 최순실이가 대통령 위에 있는 사람으로 짐작했었다니 말 다 했지.”
“그 mi친 최순실 nyun 하나로 인해 국민들 모두가 힘드네.” "그뿐인 줄 알아? 최순실 때문에 국정까지 마비되면서 내년엔 일자리 절벽의 높이는 치솟는 반면 실직자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거래!“ “바꿔야 돼! 대통령도, 정부도 모두.”
“모두 제 정신이 아니야 다들 미쳐가고만 있어 ~ 어느 누굴 믿어 어찌 믿어 더는 못 믿어 ~ 누가 누굴 욕하는 거야 그러는 넌 얼마나 깨끗해 ~ 너나 할 것 없이 세상 속에 속물들이야 ~바꿔 바꿔 바꿔 모든 걸 다 바꿔 바꿔 바꿔 사랑도 다 바꿔 ~ 바꿔 바꿔 거짓은 다 바꿔 바꿔 바꿔 세상을 다 바꿔 ~”
가수 겸 영화배우인 이정현이 불러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가요 <바꿔>이다. 누적 관객 수 17,615,057명을 기록하면서 우리나라 영화사상 역대 1위를 기록한 <명량>에서 그녀는 말 못하는 아낙으로 나온다.
그리곤 혼신의 연기를 펼친 바 있듯 팔색조 매력과도 같은 팔방미인의 연예인이란 시각이다. 며칠 전 어떤 신문에서 ‘아파트 자동문 달고 경비원 283명 자른다는데…’라는 기사를 보았다.
내용인즉슨 서울 강남의 한 대형 아파트 단지는 최근 입주자 대표회의를 열고 현관마다 무인(無人) 자동문을 설치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한다. 이로 인해 공사가 마무리되는 내년 5~6월에는 경비원 283명이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게 골자였다. 기사는 이어진다.
-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는 지난 7월 경비원 26명을 해고했다. 전체 788가구인 이 아파트 입주자 대표들이 회의를 통해 경비원 감축안을 주민투표에 부친 결과다. 이 아파트는 5년 전에도 경비원을 52명에서 26명으로 줄였다.” -
주간근무의 경우, 아침 첫 발차의 시내버스에 오른다. 그러자면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씻는 따위의 부산을 떨어야 한다. 직업이 경비원인 나처럼 이른 시간에 출근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제조업과 건설업, 그리고 경비업과 미화업종 등 더럽고(dirty) 어렵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분야의 산업을 이르는 말인 소위 3D업종 분야 종사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대부분 최저생활비조차 못 미치는 저 급여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나는 그나마 일할 직장이라도 있으니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면서 오늘도 최선을 다하자는 각오의 끈을 질끈 묶곤 한다.
기계화를 도입하면서 경비원을 하루아침에 283명이나 모두 감원한다는 건 아파트 입주민의 관점에선 경비의 절감이란 ‘바꿔’의 개념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경비원(혹은 제조업과 건설업, 미화업종 등도 아울러)의 입장에서 고물가 외 가렴주구(苛斂誅求)보다 무서운 건 가장의 실직이란 사실이다.
더욱이 아파트 경비원의 대부분은 고령자들이 근무하기에 그 절박함은 더하다. 상황이 이럴진대 지금 우리 사회는 과연 어찌 굴러가고 있는가?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아 ‘법꾸라지’ 논란까지 불러일으킨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현행 청문회 소환대상자의 느슨한 방식을 강압적으로라도 서둘러 바꿔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지난 12월 15일엔 이화여대 최경희 전 총장과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 등이 국회에 나왔다. 그렇지만 예상했던 대로 교육부로부터 입시 부정으로 결론이 난 사안까지 모르쇠와 전면 부인으로 일관하면서 국민들을 더욱 뿔나게 했다.
130년 전통 명문 사학의 명예와 교육자의 자존심조차 찾아볼 수 없었던 그 청문회를 보면서 왜 그들은 저토록 자리에 연연할까 싶었다. 아울러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의 이른바 상층부는 저렇게 염치없는 부도덕의 카테고리까지 형성돼 버렸나 싶어 차라리 측은스럽기까지 했다.
통계청이 지난 12일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6’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8명이 평생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높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즉 쌔빠지게 노력해봤자 이미 고착화된 빈곤의 터널에선 탈출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였다. 따라서 이 또한 정부가 관심을 갖고 ‘바꿔’의 인식으로 접근해야 함은 당연지사다.
시인발정(施仁發政)은 백성들에게 어짊을 먼저 베풀고 정치를 일으켜 세우겠다는 각오를 다짐한 세종대왕의 즉위교서 앞부분에 나오는 구절이다. ‘백성은 귀하고 임금은 가볍다’라는 뜻을 지닌 민귀군경(民貴君輕) 역시 세종대왕의 또 다른 국정운영철학이었다.
사람은 밥을 먹지 않아도 3주간을 살 수 있지만 희망이 없이는 한 순간도 살 수 없다는 말이 있다. 16년 만에 최고치가 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 실업률과 경제성장률 전망은 가뜩이나 소멸되고 있는 희망의 절멸(絕滅)을 부채질하는 동인(動因)이다.
절망은 기필코 희망으로 바꿔야 한다. 대통령도, 정부도, 썩어빠진 우리 사회 상층부의 부도덕과 부패까지도 깡그리.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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