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분 가량에 걸쳐 진행된 김민기<60·사진>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과의 인터뷰의 집약이다.
김 사장이 3개월 전 취임했을 당시, 공사에 대한 시민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져 있었다.
전임 사장이 인사 비리를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탓이다. 열심히 일하던 직원들도 허탈해하는 등 공사 안팎에서 많은 상처를 입었다.
이런 맥락에서 김 사장의 고민도 직원들의 사기를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에 있었다. 시민들에게 어떻게 해야 신뢰를 받을 수 있을지도 고심했다.
그가 직원들에게 취임 일성으로 내뱉은 말이 신뢰 회복이었던 것도 여기서 비롯됐다. 무너진 탑도 이제라도 다시 쌓으면 더 튼튼한 탑을 올릴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그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쌓아 올린 성과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사건임에도 안전사고가 없도록 한겨울 새벽에 첫차를 정시에 운행하려고 노력하던 직원들의 모습에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신뢰 회복을 취임 일성으로 내걸었는데.
▲그 무엇보다 조직원들에게 신뢰를 받는 리더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공사가 청렴한 공기업으로 거듭나고자 부정 개입의 여지가 있는 사규를 개정했다. 또 청렴에 대한 직원들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고 보고 사장인 나부터 앞장서야 한다는 마음에서 청렴 선언도 했다. 지난 10월 13일에 저와 노동조합, 각 역장이 함께 공정한 기업을 실현하자는 취지에서 노·사·정 청렴 실천 협약을 맺은 것이 이 일환에서다. 앞으로도 청렴한 조직이 지속될 수 있게 상벌을 명확히 할 것이며, 공기업으로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사회공헌활동을 펼쳐 시민들의 신뢰를 다시금 얻는 데 노력할 것이다.
-공사 출신으로서 안과 밖에서 본 공사는 어땠는가.
▲대전도시철도의 완벽 개통과 안정화라는 큰 산을 넘으며 직원들과 함께 6년 4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기술이사를 마친 뒤에도 항상 창립 요원으로서 공사에 대한 애정을 늘 가슴에 담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쌓아올린 성과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안전사고가 없도록 한겨울 새벽에 첫차를 정시에 운행하고자 노력하던 직원들의 모습을 보며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졌다. 공사는 1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국내 7개 도시철도기관 중 정부기관 평가에서도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이룬 저력이다. 그 저력으로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다시 시작한다면 충분히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공사 경영 전반에서 잘된 점과 아쉬운 점을 꼽자면.
▲잘된 점이라면 대중교통수단의 최고의 가치인 '무사고 안전운행'에 대한 현장 직원들의 열정과 의지다. 도시철도의 설립 목적은 시민을 안전하게 수송하는 것이다. 다만, 완벽한 개통과 운영에 주안점을 두다 보니 안전과 친절 서비스에서는 경영 성과를 냈지만, 직원들의 열정을 하나로 묶어 내는 조직문화가 다소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앞으로 공사 사장이자 같은 동료로서 저는 직원들과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공사의 적자 문제도 과제인데.
▲공사의 적자는 낮은 운송원가와 과다한 안전시설 유지비용 등으로 발생한다. 하루 평균 이용객 11만명 가운데 37%가 교통복지 혜택인 우대권 등을 이용하는 무임인원이다.
그러나 무임인원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이로 인해 1인당 평균 운임이 747원에 달하는 등 운임 현실화율이 30.6%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공사는 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과 공동으로 중앙정부에 무임손실을 국비로 지원해 주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또 공사에는 다양한 안전시설과 84량의 전동차가 있는 데 안전한 운행을 위해 정비를 해야 하기에 지출비용이 많이 든다. 개통 11년째로 시설 노후화로 인한 비용도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일노선으로 승객 증대와 적자 운영의 구조적인 한계가 있지만, 공사는 적자 규모를 최소화하고자 대중교통간 연계 교통편의 개선 등을 통해 이용객 증대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고품질 광고의 개발과 안전시설물의 과학적 유지관리를 통한 비용 절감, 국가 연구과제의 수주를 통한 수익 창출도 도모하고 있다.
-공사의 발전 동력으로 기술경영을 선언했다.
▲기술경영은 기술과 경영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로 통합 관리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거두자는 생각에서 경영방향으로 정했다. 공기업으로서 공공성도 중요하나 수익성을 담보하지 않고 정체된 채로 남아 있다면 미래에 생존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 요즘 공기업의 현실이다. 우리 공사도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맞춰 성장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 수송인원과 부대수익 증대 노력은 기본이고 미래의 먹을거리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역점을 두어 기술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유지보수방법의 과학화와 부품 국산화, 대체품 개발 등의 기술혁신을 통해 안전 강도를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개발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높여 향후에는 타 운영기관의 경전철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적자를 줄여나가겠다.
-2025년 도시철도 2호선 개통 시점에 공사의 역할은.
▲1호선을 운영하는 우리 공사는 대전시에서 100% 출자한 공기업이다. 도시철도 2호선의 건설 주체는 대전시다. 이에 따라 대전시의 대중교통 발전을 위해 성공적인 2호선을 건설하는데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공사에는 10년간 도시철도를 운영한 경험과 자료가 축적되어 있다. 이런 자료가 2호선 건설에 반영된다면 승객 이동 동선의 편리성과 시설물 유지관리 등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 때문에 2호선에 공사의 운영 경험과 기술력을 접목해 적은 비용으로 편리하게 운영 가능하게 건설되어야 할 것이고, 운영자 처지에서 유지관리와 안전성, 편리성이 설계 단계부터 반영돼야 할 필요가 있다.
- 시민과 중도일보 독자들에게 한마디.
▲그동안 대전도시철도를 애용해 주시고 신뢰를 보내주신 시민들께 감사드리고, 저희 임직원은 앞으로도 10년 동안 무사고 안전운행과 친절한 도시철도라는 자부심을 시민들께 드렸던 것처럼 향후 개통 20주년이 되는 2025년까지 무사고 안전운행으로 안전한 도시철도, 친절한 도시철도로 시민의 신뢰에 보답할 것을 약속드린다.
▲김민기 사장은
-1956년 5월 충남 당진 출생.
-당진상업고·한국방송통신대·대전대 일반 대학원(석사) 졸업.
-1980년 당진군에서 공직을 시작, 대전 동구청 등에서 근무하다 지방행정사무관으로 퇴직했으며 대전도시철도공사 총무·연수·기획홍보팀장 및 상임이사 등을 역임.
대담=박태구 사회부장
정리=강우성·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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