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1인1판 계란구입 제한
1판에 8000원 육박, 제빵, 식당 막막
라면값 20일부터 평균 5.5% 올라
계란, 라면값에 이어 내년초 도시가스비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순실 게이트와 대통령 탄핵으로 어지러운 틈을 타 물가가 기습적으로 오르면서 서민들의 생활고가 예고되고 있다.
19일 오전 대형마트에 방문했다. 유독 북적이는 계란코너는 평소보다 적은 물량의 계란이 나열돼 있었다. 계란값은 가격은 놀라웠다. 왕란 1판, 30알에 7980원. 1알 당 266원꼴이었다. 아무리 왕란이라도 평소대로라면 6000원 안팎에서 구입할 수 있지만, AI가 전국을 뒤덮은 지금 8000원에 육박해 있었다. 유정란의 경우 15알에 6500선이었다. 1인1판 구입제한 여전했고, 주부들은 계란 구입을 망설이다 빈장바구니로 되돌아가 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역대 최악의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전국이 시름하고 있다.
농가는 물론 계란을 주로 소비하는 서민과 식당, 제빵업계는 난감할 따름이다. 값싸고 영양가 높은 계란은 말 그대로 ‘황금알’이 됐다.
문제는 심각하다.
AI로 알을 낳을 수 있는 ‘산란계’ 1068만9000마리가 살처분 됐다. 전체 사육수의 15.3%에 해당되는 숫자다. 번식용인 ‘산란종계’도 32만7000마리가 한달간 도살 처분되면서 닭과 계란대란은 상당기간 장기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AI는 현재 심각수준으로 전국 양계농장이 비상상황이다. 한 마리라도 살려야 하는 상황에서 닭고기와 계란 물량 확보는 어렵다. 자칫하면 내년 여름까지도 물량이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나 유통시장에서 계란구매 제한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계란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제빵이나 식당업계는 이미 ‘AI 타격’으로 상당수가 피해를 입고 있다.
지난 일주일간 백반식당에서도 계란값 상승은 화두였다. 1인1후라이가 기본이지만 계란은 주인장 인심대로 마음껏 서비스해줄 수 있는 기본 찬이었다. 하지만 AI가 덮치면서 도매로 구입하던 계란 물량이 대폭 줄어 더 이상 서비스로 계란을 내줄 수 없게 됐다.
정부는 AI와 계란대란에 맞서 계란수입을 추진하겠다고 19일 밝혔다. 항공운송비 지원과 긴급할당관세를 적용해 계란값 인상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서민들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질듯 보인다.
계란에 이어 라면값이 20일부터 인상된다. 농심은 18개 품목 소비자가격을 평균 5.5%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 주말부터 라면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모여들어 대형유통업계 매출이 30% 이상 신장했다.
소비자들은 “계란에 이어 라면값까지 인상된다니 한숨만 나온다. 만원으로 살 수 있는 식재료가 이제 많지 않다”며 밥상물가 상승에 우려감을 표했다.
계란도 라면도 이제는 서민들의 밥상에 쉽게 오르기는 어려울 듯 보인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내년초 공공요금과 도시가스비까지 인상예고되고 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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