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오늘은 어떤 일로 웃었니?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교단만필]오늘은 어떤 일로 웃었니?

  • 승인 2016-12-19 11:47
  • 신문게재 2016-12-20 22면
  • 엄윤희 신광초 교사엄윤희 신광초 교사
▲ 엄윤희 신광초 교사
▲ 엄윤희 신광초 교사
12월, 한 해를 마감하는 요즈음은 학교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느라 매우 분주하다. 행동특성 종합의견을 쓸 때에는 학생의 그동안의 생활 모습을 틈틈이 누가 기록한 내용을 참고해서 장점과 단점을 같이 병행해서 종합적으로 써야 한다.

우리 반 서우에 대해 종합의견을 기록할 때이다. 행동이 느리고 산만해서 매 교과활동을 제시간에 끝내지 못하고, 장난이 심해 거의 매일 꾸중을 듣는 우리 서우. 단점은 쉽게 생각나는데 장점을 뭐라고 써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며 생각에 잠겼다. 우리 서우가 뭘 잘했더라? 언제 웃었더라? 뒤이어 꾸중들을 땐 언제인지 까맣게 잊고 나의 칭찬 한마디에 해맑게 웃던 서우의 얼굴이 살포시 떠오른다. 그러다가 문득 얼마 전에 봤던 드라마의 한 장면이 뇌리를 스친다.

초등학생 딸을 외국의 국제학교에 보낸 엄마와 딸이 묵고 있던 홈스테이 주인과의 대화 장면. “뭘 물어볼지 한국 엄마들은 다 같이 모여서 상의하나 봐요. 질문이 죄다 똑같아요. 오늘 반찬은 뭔가요? 공부는 잘 하고 있나요? 어제는 몇 시간 공부했죠?” 자신을 탓하는 것 같아 머쓱해하는 아이 엄마에게 덧붙여 말한다. “그런데 소신 있는 부모는 그런 걸 묻지 않아요” “그럼 뭘 물어보죠?” “딸이 오늘은 어떤 일로 웃었나요? 키는 얼마나 자랐나요? 오늘 스스로 한 일은 무엇인가요?”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아이의 엄마처럼 나 역시 머리를 띵 얻어맞은 듯 했다. 퇴근 후 초등학생인 큰 아이를 만나면 나 역시 “공부 잘 했어? 선생님 말씀 잘 들었어?”하며 소신 없는 부모처럼 묻곤 했었는데…. '아차' 소리가 절로 나온다.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면서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도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많이 힘들다. 학교 다니랴, 학원 다니랴. 여러 개의 학원을 마치고 부모보다 더 늦게 귀가하는 아이들도 많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긴 하나 안타까움과 안쓰러움은 크기만 하다. 지난 국어시간, 학교에 건의하거나 선생님께 부탁하는 글쓰기를 할 때 우리 반 서우는 학교에서 일찍 끝내달라는 내용의 글을 썼다.

그러면 자기도 친구들과 많이 놀 수 있다면서.

참으로 천진난만한 아이다운 부탁이었다. 어디 서우뿐이랴. 다른 아이들도 종례를 마치고 교실에서 나갈 때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얼굴들이다. 이 반대의 경우라면 얼마나 좋을까. 학교에 빨리 오고 싶어서, 어서 선생님을 만나고 친구를 만나고 싶어서, 학교에서 배우는 여러 가지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에 절로 웃으며 학교에 오면 얼마나 좋을까. 잠깐의 상상만으로도 흐뭇해진다.

우리 반은 하교 전에 10분 정도 '생각 나누기' 활동을 한다. 교실에서 있었던 일이나 친구들 간에 있었던 일을 주제로 매일 다섯 명 정도 돌아가며 자유롭게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다.

내일부터는 이 시간에 우리 아이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덧붙여야겠다.

“오늘은 학교에서 어떤 일로 웃었니?”

엄윤희 신광초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5.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1.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