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 선출 후 친박·비박 주도권 싸움 소강상태
비대위 구성 결과 따라 비박 탈당 등 움직임 가시화될 듯
극단으로 치닫던 새누리당 친박과 비박간 내전이 원내대표 선출 후 소강기를 맞은 가운데 비대위원장 선출과 비대위 구성에 따라 파국과 봉합의 중대 기로에 서게 될 전망이다.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 지도부가 정우택 신임 원내대표 선출 후 사퇴를 선언, 당은 비상대책위원회로의 체제 전환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비대위 구성 절차는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위원장을 선출하고, 이후 위원장이 추천하는 비대위원 구성안건이 다시 국회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 50여명으로 구성되는 상임전국위에 올라가 추인을 받으면 마무리된다.
현재 친박계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단일후보로 내세운 정 의원을 당선시키면서 비대위원장을 비박계에 양보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비박계에 일종의 ‘유화책’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당의 투톱 중 하나인 원내사령탑을 장악한 만큼 임시로 당을 이끌 대표는 비박계가 맡도록 함으로써 외견상 힘의 균형을 이뤄 당내 갈등 수습을 도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 신임 원내대표 역시 “비상대책위원장 추천권은 비주류에게 일임했다”며 “친박들은 이제 목소리를 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비박 진영에선 비대위 구성까지는 지켜본 뒤 향후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애초 원내대표 경선 패배 후 탈당을 결행할 것이라던 움직임과는 반대다.
비박계 좌장 격인 김무성 전 대표도 “탈당과 신당 창당 여부를 일주일가량 신중하게 고민한 후 최종 결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때문에 당분간 집단 탈당 사태는 없을 것으로 보이며, 전국위가 열릴 때까지 비대위 구성을 둘러싼 물밑 협상이 치열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비대위 구성에 대한 양측의 인식차가 워낙 커 다시 내전이 돌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박계에선 3분의 2 이상 비대위원 지명권을 행사함으로써 실질적인 당무 권한 행사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박계 내에서 친박에서도 수용 가능할 인물로 주호영 의원이 많이 거론되지만 당 쇄신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김 전 대표나 유승민 의원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반면 친박계에서는 비대위에 전권을 줄 경우 비주류가 인적청산을 명분으로 일부 친박계 의원들에 칼을 휘두를 것이라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비대위원장 추천권은 비박계에 주되 공동 비대위원장을 세우거나 또는 비대위에 친박계 인사를 다수 포진시켜 견제 장치를 마련할 방침이라고 전해진다.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과 핵심 실세로 통하는 최경환 의원 등은 이미 비대위원장과 위원 인선, 비대위 권한 등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현재 비대위원장으로는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황식 전 국무총리,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조순형 전 의원 등이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거론된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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