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희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국립박물관단지 국제공모 전문위원) |
모차르트와 왈츠의 본고장, 음악의 도시로 유명한 비엔나를 지난 여름에 다녀왔다. 사실 가기 전엔 잘 몰랐는데, 빈은 도시 자체가 살아있는 박물관이라는 점에 큰 감명을 받았다. 도시 곳곳에 수많은 박물관, 미술관이 있어 ‘찾아가는 즐거움’과 ‘걷다가 마주치는 즐거움’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
비엔나는 자연사박물관, 미술사박물관과 같은 전통적인 박물관과 어우러져 신-구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비엔나 박물관 지구(Museum Quartier, MQ), 그리고 시계박물관, 지구본박물관, 음악가기념관까지 다양한 미술관과 박물관이 있으며, 그 수가 100여 개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큰 열 개의 문화복합센터 중 하나이면서 젊은 문화공간인 뮤지엄 쿼터는 레오폴드 뮤지엄(Leopold Museum), 현대미술관(MUMOK), 쿤스트할레 빈(Kunsthalle Wien), 줌 어린이 미술관(Zoom Kindermuseum) 등과 건축전시와 리서치 중심의 건축센터, 댄스 센터인 탄츠 콰르티에(TanzQuartier), 실험적인 뉴미디어 전시공간, Q21이라는 창작문화공간(workspace), 공연장, 어린이 전용극장, 영화관, 디자인숍 등 10여개의 독립적인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단지를 이루고 있어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욕구를 채워주고 있다. 특히 “손과 마음과 가슴으로 (Hands on, minds on, hearts on)” 라는 슬로건을 갖고 있는 줌 어린이 박물관은 재미있게 놀면서 지식을 쌓고 충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모든 어린이에게 제공하고 있어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뮤지엄 쿼터에서는 5월 초부터 6월까지 개최되는 빈 예술 축제 (Wiener Festwoche) 행사가 진행되며, 해마다 많은 여름 이벤트들이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시민들은 이러한 장소에서 언제든 가까이에서 문화적인 혜택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리고 있다. 이 곳에서 고전 미술, 현대 미술, 가상 현실 등 또 다른 시간 속의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광장, 테라스, 카페, 잔디 공원, 바, 그리고 서점까지 시민들이 마음껏 문화예술뿐만 아니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장소성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들을 보며 우리나라에도 박물관단지를 만들어 시민들이 함께 숨쉬고 즐기고 미래를 준비하게 하고 싶다는 열망이 샘솟았다. 물론 ‘처음’이라는 것은 두려움으로 이어지기 쉽다. 하지만 이러한 두려움을 딛고 나아가지 않는다면 변화와 혁신의 미래를 가져오기 힘들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혼자의 시간을 가지고 때로는 함께 깔깔대면서 시간을 마주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박물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정재희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국립박물관단지 국제공모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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