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과 양배추 작황부진으로 금채소
AI로 산란계 70% 도살… 계란 1인당 1판 제한
시민들 “촛불도 중요하나 지역경제 손 놔선 안돼”
#‘계란 1인당 1판만 구입 하세요.’
20대 후반의 직장인 김씨는 최근 마트에서 황당한 안내판을 봤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양계농장이 어렵다는 사실은 알지만, 살다살다 계란 구매 제한은 처음 본 광경이었다.
배추값이 잠잠해 지니니, 계란값이 요동친다.
과일과 신선채소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 곧 다가올 한파 속 충청민 식탁물가는 이미 비상상황이다.
밥상물가의 주원인은 작황부진과 AI다.
당근과 양배추 출하량은 작년보다 50% 감소했다. 올 가을까지 이어진 폭염으로 파종부터 차질을 빚어왔던 터라 작황부진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12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당근 도매가격은 20kg당 6만6943원이다. 전년동월 대비 무려 262.6%가 급등했다. 양배추도 마찬가지다. 8kg당 1만4035원으로 전년동월보다 345.3% 폭등했다. 1포기에 2kg으로 따졌을 때도 3500원 수준으로 배추 1포기 2500원보다 비싼 금양배추로 등극했다.
싸고 영양가 높은 계란값 인상은 서민들에게는 치명적이다.
계란은 ‘특란’을 기준으로 도매가격은 10개당 1418원, 전년 평균대비 4.6% 올랐다. 대형마트는 지난 8일부터 소비자가격을 5% 인상했고 1판(30개)으로 구매까지 제한했다. 도살 처분되는 가금류 70%가 산란계인 만큼 계란대란은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양계장 업계에 따르면 이번 AI로 인해 살처분 된 가금류는 9000만 마리로 사상 최대다.
마트에서 만난 한 시민은 “국민들의 온 신경이 촛불과 정국을 향해 있다. 이런 상황일수록 누군가는 나서서 서민들의 밥상물가, 혹은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쓴소리를 서슴지 않았다.
다른 시민도 “밥상물가는 매년 올랐다. 정부 관계자들은 폭염과 AI와 같은 긴급 사태에 대한 정황을 예측하고 반영해서 반복되는 서민들의 어려움을 타개할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며 “대통령이 탄핵됐다고 공무원 모두가 일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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