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해보자, 우리 학교만의 창의적인 교육과정을 만들어보자!”
충남형 혁신학교인 행복나눔학교를 시작하면서 서천 한산초등학교(교장 변승연) 모든 교사들의 초심은 매우 소박했지만 그 마음만은 늘 간절했다. 매년 줄어가는 학생수, 면단위의 소규모 학교를 기피하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나가는 교사들, 그런 교사들에게 실망하고 한편으로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바라면서 자녀들에게 사교육을 시킬 수밖에 없는 학부모들.
올해 한산초의 행복나눔학교는 소규모 학교가 겪는 이러한 어려움과 교사들의 무기력에 싸우기 위한 8명 교사들의 작은 소망과 노력들로 시작됐다. 그러나 1년 동안의 행복나눔준비학교(행복나눔학교의 예비교) 기간 동안의 많은 준비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본질에 충실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학교 교육과정을 정상화하기 위한 시도와 노력들은 아직도 한산초 교사 모두에게 어려운 난제이며 치열한 도전이다.
학생의 배움은 교사의 배움으로부터 기인한다는 신념으로 한산초 교사학습공동체는 무엇보다 전문적 학습공동체로서의 교사학습공동체와 학생 중심의 배움중심수업 구현을 위한 전문적 교사 협의체로서의 교사학습공동체를 목표로 오늘도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실현하기 위한 작은 주춧돌을 쌓고 있다.
▲모두가 함께 학교 철학을 공유하다=모두가 행복나눔학교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었지만 사실 어떤 교사도 행복나눔학교의 철학이 무엇이며 어떤 로드맵을 가지고 추진해야 되는지 알고 있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 1월에 있었던 행복나눔학교 연수는 학교 구성원 모두가 행복나눔학교의 철학이 무엇인지 우리가 추구하는 학교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어야 되는 지에 대해 진지하고 토론하고 그 결과를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또한 이 자리에서 교사들은 학교교육과정을 계획하기 위한 액션러닝 활동을 통해 기존에 형식적으로 추진돼 왔던 많은 행사들과 관행들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학교철학 및 핵심가치들을 명료화하며 학교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여러 교육 목표들과 활동들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
▲실패하고 좌절하며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다= 1월의 행복나눔학교 연수에서의 토의를 통해 확정된 학년과 업무분장에 따라 우선적으로 한산초가 추진한 핵심적인 활동은 학년별 주제중심교육과정 재구성 작업이었다.
지난 학년도에 충남보다 먼저 혁신학교를 시작한 전북과 경기도의 강사를 초빙해 주제중심교육과정 재구성에 관한 연수를 실시한 바 있기에 재구성 작업은 1월 중순부터 2월 중순에 걸쳐 추진됐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학년별 교육과정 재구성은 철저한 실패로 끝났다.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살아있는 교육과정을 만들어보자는 기존의 취지는 무색해지고 오로지 문서로만 남는 또 하나의 '캐비닛 교육과정'을 만드는 데 그쳤다.
실패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교사의 전문성 부족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교육본질에 집중하지 못하는 기존의 관행을 답습하는 '낡은 습관' 때문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당시를 되돌아보는 교사들은 교사 자신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만들려고 너무 완벽하게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려고 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구성원 모두의 계획과 의견이 관철된 학교 교육과정을 만드는 경험이 없었기에 학교 교육과정과 연결되지 못한 학년 교육과정은 당연히 실패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전문성은 획득되는 것이 아닌 축적돼 만들어지는 것=지난 2월의 철저한 실패 후 한산초 교사학습 공동체는 부족한 교사들의 전문성을 신장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교사학습 공동체의 운영 방향을 설정했다.
우선 저경력 교사들에게 일상 수업에 대한 적절한 도움을 제공하는 동시에 일상적인 수업공개를 통해 수업을 보는 안목을 높여 모두가 함께 공유하고 만들어가는 배움중심수업을 실천하고 지원하는 방향이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경력교사들이 5월부터 7월까지 거꾸로 수업, 하브루타, 협동학습 등의 주제를 정해 멘토-멘티 장학활동을 통해 수업을 공개하고 그 과정에서 수업 협의회를 열어 신규교사들의 수업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피드백을 제공하도록 노력했다.
또한 형식적으로 운영되던 장학활동을 수업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개선했다.
연 2회의 학부모 공개수업을 학부모 참여형 수업으로 진행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수업이 되도록 노력했다. 이와 함께 전 교사가 1년에 한 번씩 자신이 정한 시기에 수업을 공개하고 사전·사후 협의회를 통해 서로의 수업에 대한 코칭을 해주는 동료장학 활동을 수립해 일상적인 수업공개가 이루어지도록 유도했다.
▲함께 배우는 교사, 함께 배우는 우리반=수업공개를 통해 교사들의 배움중심수업에 대한 배움의 요구들은 독서나눔과 자율적인 연수 운영 등으로 이어졌다.
우선 1학기에는 협동학습에 관한 독서나눔활동이 추진됐다. 협동학습에 관한 공동도서를 선정하고 2주에 한 번씩 독서토론을 통해 수업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시사점들을 공유했다.
2학기에는 한 발 더 나아가 하브루타, 플립러닝 등 배움중심수업의 수업기법과 주제중심교육과정 재구성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는 프로젝트 기반학습(PBL)에 관한 독서나눔활동을 통해 교사와 학생, 학교의 장점을 학교·학년교육과정 재구성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활동의 결과들은 나아가 9월에는 행복나눔학교 선진지 연수로 거산초, 송남초를 방문하면서 앞으로의 추진 방향에 대한 요구들로 이어졌다.
해당 학교들의 교사들이 추진하는 주제중심 교육과정 운영과 특색 있는 학교 교육과정 운영 현황을 참관함으로써 방문연수에서 느낀 소감과 시사점들을 자연스레 교사학습공동체 회의를 통해 공유하게 됐고 이를 통해 다가올 2017학년도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의 로드맵을 설정하는 데 많은 시사점을 얻게 됐다.
한산초 교사학습공동체에서는 주제별 연수활동도 함께 추진됐다.
주제별 연수활동은 수업과 관련해 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주제에 대해 해당 교사가 자신 있는 주제를 선정, 다른 교사들에게 가르쳐주고 함께 배우는 활동이다.
해당 주제들은 프레지, 에버노트를 통한 협업중심의 교육활동 계획 방법, 4D 프레임을 활용한 협동적 수학 수업 방안, 수학보드게임을 통한 놀이 수학, 베다수학으로 배우는 계산력 증진 방안 등 교사들의 장점과 관심사들을 반영했다.
이러한 주제연수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히 협업과 소통을 통한 차시 수업 운영 방법들에 대한 고민을 넘어 나아가서는 교사의 강점을 살린 팀티칭이나 함께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창의적인 학년군별·전학년 공통 교육과정 운영 방안에 관한 고민으로 이어지게 됐다.
▲교사학습공동체 활동을 되돌아보는 교사들의 말=교사학습공동체를 통해 얻게 된 가장 큰 성과는 함께 배우는 교사들의 문화가 형성됐으며, 끊임없이 스스로 배우는 한명, 한명 교사들의 모습을 통해 학급 내에서도 함께 배우는 교사-학생간의 배움 중심의 문화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비록 처음에는 서로가 가지고 있는 지향점들이 달라 많은 논쟁과 불협화음이 있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지난 시간동안의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었던 많은 것들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낀다.
교육은 감히 믿음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떤 새싹이 돋을지, 어떤 꽃이 필지, 어떤 열매가 맺힐지 모르지만 우리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사랑과 믿음으로 돌보며, 오지 않을 내일을 대비하고 준비하는 것. 한산초 교사학습공동체 구성원 모두는 행복한 학교를 꿈꾸며 2016년의 많은 실패들이 모두 2017년을 위한 성공의 밑거름이라 믿으며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면서 차분히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도움말=한산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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