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운찬 전 국무총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
박근혜 대통령은 21세기 대한민국을 40여년 전인 박정희 시대로 되돌렸다. 그 이유는 정경유착,남북관계 파탄, 적나라한 기득권 챙기기, 그리고 권위주의의 부활 등이다. 최저임금 몇 백원 인상도 결사 반대하던 재벌들이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설립에 수십억원 씩 쾌척한 이유는 결국 정치권력과의 유착 관계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통일대박'을 외치더니 북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후, 천안함 폭침 때도 자제하였던, 개성공단 폐쇄를 단행하였다. 박근혜 게이트를 통하여 우리는 집권여당을 포함하여 국회, 관료, 사법부, 언론, 학계, 기업인 등 사회 전반에 기득권의 똬리를 틀고 있음을 보았다. 그것은 도덕적 해이와 사회적 소명의식이 실족된 기득권 세력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 것이다. 또한 정부는 정보력과 경찰력을 앞세워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위축시키고, 사회를 획일화하려고 하였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태가 이를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한국경제는 성장은 멈춰가고 있고 불평등으로 기울어져있다. 1980년대에 8%대, 90년대에 6%대, 2000년대에 4%대로 성장하던 경제가 이제는 2% 성장도 버겁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소득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7%나 가져간다. 반면에 하위 70%는 18%의 소득 밖에 얻지 못한다. 국민 100명중 부자 10명이 가난한 70명보다 2.5배 이상 소득을 올린 셈이다.
미시적으로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해 보인다. 제조업 가동률이 70% 밖에 안 된다. 청년실업률은 통계상으로는 10%라지만 체감실업률은 34%에 이른다. 그 뿐이 아니다. 가계부채는 1300조원을 넘어 국민이 1인당 26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
그런데 10대 재벌에 속한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은 600조원을 넘나든다.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에 대한 각종 불공정거래행위를 통해 과도한 이익을 챙기고는 미래의 먹거리를 위한 설비투자에는 인색하다. 재벌 기업들의 막대한 사내유보금은 한국경제를 정체하게 만드는 고인 물일 뿐이다.
한국경제는 1997년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이래 지금처럼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이 몰려온적은 없었다. 국민들은 빈곤의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벼랑 끝에서 발버둥치고 있는데 정부도 정치권도 아무런 대책 없이 국민들을 속수무책으로 방치하고 있다. 지난 9월 국가미래연구원은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2017년의 시대적 과제를 선정했다. 공정한 사회, 책임지는 국가, 불평등과 불균형 해소, 소통, 저성장시대의 경제성장 및 기본생활 보장, 그리고 한반도에서의 남북한 갈등 해소다.
우리 앞에 놓여있는 시대적 과제는 '공존하면서 성장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다. 다시 말하면 함께 성장하고 더불어 나누어 다 같이 잘 사는 동반성장이다. 대한민국이 분열과 위기를 극복하고 공존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사회를 동반성장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 첫째, 기득권을 타파해서 불평등과 불균형을 없애야 한다.
둘째, 창의성과 다양성이 살아있는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남북한 간의 평화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대외적으로도 우리는 지금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그가 내세운 국가주의가 어떤 식으로라도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드 배치 문제로 인한 갈등으로 중국과의 교역에선 이미 제재가 시작되었다. 국가적 동반성장이 절실한 이유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은 가결되었다. 그러나 거기서 그쳐서는 안된다. 배고픔은 더 큰 촛불을 부를 것이다. 지난 번에 나는 서민가계 안정을 위한 경제원탁회의를 제안했다. 다시 한번 말한다. 경제 파탄으로 절망과 분노의 횃불이 타오르기 전에 하루 빨리 경제비상시국을 선포해야 한다. 그리고 탄핵 이후의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차분하고 슬기롭게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한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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