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
김수환 추기경은 마지막 가시는 길에 “사랑을 많이 받아 감사하다”며 “꼭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라”는 유훈을 남긴 채 돌아가셨다. 요즘 들어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생각이 많다. “내가 나이 들어서도 외롭지 않게 살 수 있을까?” “내가 병들었을 때 누가 나를 챙겨 줄까?” 그리고 이러한 미래에 대한 불안은 죽음에 대해 생각이 미치면 절정에 이르게 된다. “죽음 이후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삶과 죽음은 인생이라는 하나의 선을 시작하고 끝맺음하는 양끝의 꼭지점이다. “죽을 생각하면 못 할 것도 없다”는 말이 있다. 죽음을 멋지게 장식하고 싶은 열망이 강하다면 인생을 멋지게 살 힘도 생길 것이다.
우리 인간은 역사적인 존재로 시간 안에서 살아간다. 날마다 오늘의 삶이 어제의 결과이고, 또 오늘 삶의 결실이 내일로 다가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오늘의 삶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미래에 대한 불안은 늘 우리 안에서 엄습해온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과 마주하게 된다. 죽음은 신의 영역이지만 죽음의 질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기에 살아온 날을 아름답게 매듭짓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웰다잉은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이나 친구들에게도 편안한 이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 매우 바람직하다.
세상은 점점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다 될 것 같고, 돈이 권력이 되고 선이 되는 듯한 세상에 살고 있다. 자본주의에서는 재물은 부자의 것이라 하고, 공산주의는 재물을 국가의 것이라 한다. 급속한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지고 가진 것들도 많아서 부족한 것이 없을 지경이다. 예전에는 전혀 불가능해 보였던 것들이 꿈만 꾸면 곧 현실이 되는 그런 세상이다. 물론 살아가면서 부족한 것도 있지만 지나온 세월을 뒤돌아보면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갈수록 우리의 삶은 피폐해지고 인간성도 말살되고 모든 관계들은 더욱 메말라간다. 도시 건축물들은 점점 높아지고 화려해지지만 우리의 몸을 의지할 구석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했다 해도 매일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생활이 늘 보람되고 즐거운 것은 아니다. 다는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돈 많은 사람을 부러워하는 것은 돈 자체가 좋아서라기보다 돈으로 살 수 있는 자유를 원하기 때문이다. 먹고 살 걱정이 없을 때 주어지는 일하지 않아도 될 자유가 부를 갈구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 할 수 있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돈이 많다고 결코 다 행복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남을 배려하고 세상 살며 터득한 경륜과 지혜를 신세대 젊은이에게 물려주어야 존경받는 어른이 될 수 있다.
자연의 숲이 잎사귀를 떨구고 동물들이 긴 겨울잠을 준비하는 이 시기에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것은 자연이 준 선물이며 은총이다. 비록 사소한 것이라도 내가 가진 삶과 생명을 이웃과 함께 나눌 때다. 하지만 나에게 없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줄 수는 없다. 내게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고, 내게 긍정적 에너지가 있어야 그 에너지를 쏟아 부으며 봉사할 수 있다. 적어도 하루에 한두 시간은 나 자신의 사랑 탱크와 에너지 탱크를 채워야겠다. 후회와 한숨으로 이루어진 인생은 한번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는다. 결국 하루하루 잘 사는 길이 훗날 잘 죽는 지름길이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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