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국회 가결로 정치적 불확실성 하나는 사라진 듯 보이지만 더 많은 변수가 기다린다. 민간인에게 국가권력을 넘겨준 반헌법적 국정 유린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는 헌법재판소가 종결한다. 다만 '박근혜 2기'로 의심받는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자체가 불안 요인을 내포한다. 정치의 불확실성을 OECD도 '단기적인 위협 요인'으로 지목했다. 조기 대선 현실화로 국정 공백의 유동성은 줄지 않았다. 혼란이 국방과 치안, 민생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우리는 탄핵안 가결 이후에도 여전히 과도기적인 복합 위기와 대면하고 있다. 조기 대선이 현실로 다가온 가운데 한국경제는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국제 신용 평가사 무디스의 시각도 한국 신용등급 '무영향'에서 '악영향'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조만간 단행될 미국의 금리 인상도 큰 변수다. 단일성 경제 사령탑 구축이 절실한 이유는 한둘이 아니다.
이번 주 헌재의 탄핵심판 준비와 특검 조사도 본격화된다. 국민을 우롱한 대통령은 구차한 자기변명이 아닌 성찰의 참회록을 쓸 때다. 7주간 745만의 촛불에 실린 분노가 즉각 퇴진, 내각 사퇴로 번지지 않게 하는 것은 대통령과 권한대행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 야당은 무책임한 집권 탐욕을 버리고 새누리당은 쇄신에 앞장서야 한다. 정부 비상경제대책반을 넘어 여·야·정 협의체를 가동해 협치하는 것이 모두가 사는 길이다.
광장의 촛불 민심도, 국회의 탄핵 의결도, 헌재의 탄핵 심리도 민주주의 절차다. '새판짜기'와 대선 국면에 휩쓸려 국정 리스크 관리를 그르치면 헌정사에는 퇴보로 기록될 수 있다. 오만과 불통의 '박근혜 정치'는 사실상 종언을 고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공직자뿐 아니라 국민의 대리인인 국회는 질서 있는 수습의 시험대에 올랐다. 대한민국은 지금이 바로 정상과 안정의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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