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5월 가정을 달을 맞아 제주도종친회 초청으로 전국종친회를 제주도에서 갖았다. 종친회 중책을 맡고 있어 가족과 임원 몇 명을 인솔하고 제주도에 다녀왔다. 2박 3일간의 긴 여정 속에서 이어지는 수련회 과정에서 가족과 조상 더 나아가서는 종친(후손)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였다. 나와 가족, 조상에 대한 감사함과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조상에 대한 ‘뿌리찾기 효 가꾸기 운동’은 대전시 중구의 특수시책사업으로 펼치고 있다. 중구 침산동에 뿌리공원을 마련하고 전국의 많은 성씨 유래비를 세워 뜻있는 분들과 후손들이 이곳을 찾아와 가전충효(家傳忠孝) 세수돈목(世守敦睦)의 소중함을 기리고 가족 단위별로 사랑과 화목을 다지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어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받고 있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이 물음에는 너 나 할 것 없이 ‘혈손이므로 소중하다!’ 라고 답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한 할아버지 아래에서 태어나 자라는 혈손, 후손을 과연 우리는 정말 소중하고 귀하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하고 자문해본다. 어느 조사에 의하면 ‘사는 게 바빠서,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친족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고 답변을 한 사람이 70%가 넘는다고 했다.
얼마 전 다른 지역에서 찾아온 손님들과 함께 대전 중구의 뿌리공원 경내를 돌며 한적하게 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저만치 할아버지가 흰 수염을 휘날리며 어떤 성씨 유래비 앞에서 부지런히 걸레질을 하고, 까아만 먹물을 찍어 비문에 새겨진 글자에 바르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궁금하여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
“할아버지 지금 뭐 하세요?”
“예, 보다시피 지금 우리 조상님 얼굴(비문)을 닦아 드리고, 색깔이 바랜 문패(글자)를 다시 찍어 쓰고 있지요.”
“오, 저런 참으로 조상 은덕에 대한 정성이 대단합니다. 할아버지.”
“뭘요, 나에게 피를 주신 할아버지 얼굴을 닦고 색깔이 흐린 문패를 다듬고 있는 것은 당연히 후손인 우리가 해야 할 일지요.”
“그런데 할아버지 젊은 자식을 시키시지 힘들게 그렇게 직접 하세요?”
“요새 젊은 애들이 어디 조상을 알아야지요?”
“ …… !?”
허리가 굽 곱은 80이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힘겹게 조상의 비문을 손질하고 있는 모습은 지금껏 선명하게 내 머릿속에 신선한 충격으로 각인되어 있다.
우리시대 참다운 우리가 뿌리를 몰라서야?
나를 알고 자아에 대한 정체성을 확인하고, 사회와 국가를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공동운명체의 이념을 정립하여, 세계를 향한 한민족의 우수한 자존을 가질 때 비로소 국가경쟁력이 생기고, 5천년 유구한 한국민족의 저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조선 중기 문신이며, 명저(名著) 동몽선습(童蒙先習)의 저자, 예조판서이자, 대학자 박세무 (朴世茂 .1487~1554)는 말했다.
“천지지간 만물지중 유인최고(天地之間 萬物之衆 唯人最高 / 하늘과 땅 사이에 살 아있는 만물 중에 사람이 가장 귀하다) 이니라!”
김우영 작가·대전중구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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