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휼의 세상 거꾸로 보기]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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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휼의 세상 거꾸로 보기]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지 마라

  • 승인 2016-12-09 00:01
  • 이완순 소설가이완순 소설가
▲ 사진=연합 DB
▲ 사진=연합 DB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향해 던진 폭탄을 맞고 비틀거리는 정치권을 보고 있으면 울화통이 터진다. 정치는 민심을 먹고 사는 것인데 자꾸 민심을 거스르는 것 같아서 섭섭하다. 국민들 대부분이 빠른 탄핵을 바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든 야든 어느 때가 더 유리한가, 어느 쪽이 내게 유리한가를 저울질하느라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박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갈팡질팡하는 새누리당이나, 이리 붙을까 저리 붙을까 우왕좌왕하는 국민의 당에 휘둘려 탄핵안 표결을 9일로 늦춘 야당이나 어리석게도 모두 후폭풍을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의 3차대국민담화엔 진실은 없고 술책만 있다. 온 세상이 다 알고 있고, 정호성 음성파일을 통해 대통령이 아니라 최순실의 꼭두각시였다는 것이 고스란히 드러났는데도 비리와 부정을 일축하고, 단 한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며 도리질을 해댔다. 친박을 내세워 정치권의 균열을 유도하며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상투적인 교란책이며 악질적인 이간책이다. 전략적 모호성으로 국회를 혼란에 빠트린, 나만 망할 수 없다는 일종의 물귀신작전인 셈이다.

탄핵의 칼자루를 탄핵 당사자인 대통령이 쥔 형국이다. 박 대통령의 결정을 지켜보는 새누리당은 치졸해도 너무 치졸하다. 지금 국민은 모두 분노를 넘어 모욕감을 느끼고 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조력하며 박근혜의 반민(친재벌)정책을 입안하고 입법화한 새누리당도 공범이라며 하나같이 새누리당 해체를 부르짖는다. 비박에 기대를 걸고 추진하는 탄핵론의 허구성이 드러났고, 비박과 친박이 별 차이가 없는 공동운명체임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여야합의를 미끼로 한 박 대통령의 시간끌기작전은 반기문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보자는 꼼수일 것이다. 반기문을 통해 정권장악에 성공하면 박근혜가 이명박과 그 일당을 보호해 준 것처럼 반기문이 자신과 새누리당을 보호할 것이라고 믿는다.

박 대통령의 조건부 퇴진의사로 탄핵중단, 거국내각, 개헌을 주장하는 등, 마약에 취한 듯 혼돈에 빠졌다가 6차 촛불집회에 놀라 다시 탄핵찬성 쪽으로 방향을 튼 것처럼 보이는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4차 담화에 따라 흔들릴 여지가 충분해 전혀 신뢰할 수 없다. 잔뜩 쪼그라들어 움찔거리는 야당의 신뢰도도 이미 회복할 수 없는 단계로 추락했다. 비박의 이탈로 탄핵이 부결된다고 하더라도 손해 볼 일이 없는데 너무 오랫동안 오락가락했다. 물론 성공하면 대선에 유리한 것이 사실이지만 실패해도 국민의 모든 비난이 온통 새누리당으로 향할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밀어붙였다면 야당이 이렇게까지 밉보일 일이 없다. 문재인 전 대표가 광주촛불현장에 갔다가 거친 항의를 받고 뒷자리로 쫓겨난 것도 문재인의 누적된 어용행각에 대한 호남인의 엄중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결코 더 이상 흔들려서는 안 된다. 갈수록 거세지는 국민의 저항에 퇴로가 없는 박근혜가 권력연장을 위해 또 어떤 사고를 칠지 모른다. 하다하다 못하면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우려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졸속 체결과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력히 추진하는 것을 보면 전혀 불가능한 허튼 망상이 아니다. 선제타격으로 북핵을 제거하려는 미국의 시도와 연관 지을 땐 그 가능성이 배가된다.

국정역사교과서에 제주도를 일본 땅으로 표시한 것도 기가 막히지만,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강도에게 내 집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행위와 진배없기 때문에 몹시 불안하다.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며 호시탐탐 재침략을 노리는 적과 군사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이 어찌 말이 되는 소리인가? 과거사에 대한 반성도 사과도 없고, 을사늑약을 미끼로 간도를 중국에 내주고 한반도를 강점한 천하에 가장 사악한 일본을 경계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에도 구한말의 역사가 되풀이 된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일본의 재무장과 집단적자위권행사,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뒷받침하는 것이며 한미일 삼각 MD완성을 위한 제도적 조치이다.

박근혜가 워터게이트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즉각 퇴진이 어지러운 국정을 말끔히 수습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유일한 길임을 하루빨리 깨달았으면 좋겠다. 위싱턴포스트(WP)가 밝혔듯이 박근헤 게이트는 워터게이트 사건보다 훨씬 불법적이다. 퇴진이 늦어질수록, 술책과 공작이 더해질수록 민심이 더 흉흉해지고, 촛불이 횃불로, 저항이 항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즉각 퇴진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노동자들의 총파업, 농민들의 농기투쟁, 핵생들의 동맹휴업, 시민들의 불복종운동이 커지면 국가의 안위도 위태로워진다. 그리고 “새로운 시각에서 새롭게 수사할 것”이라고 말한 박영수 특검과 “위법한 지위는 따를 필요가 없다”고 당당하게 소신을 밝힌 윤석열 특검보에게 제대로 한 방 얻어맞으면 박 대통령은 역사상 가장 추잡한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며, 탄핵결정으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 수사에 박차를 가할 수 있어 틀림없이 험한 꼴을 당하게 될 것이다.

이완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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