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뜬금 없는 소리냐니까 “빛나라 은수”에 나오는 여고생 주인공이 제얼굴과 제 손을 자해를 해놓고 담임선생한테 뒤집어 씌운다 그래 놓고는 오냐오냐 키운 할미, 학교에 영향력있는 할미를 통해 새내기 선생에 갑질 행세하는 줘박고 싶도록 미운 짓만 골라하는 여고생. 그 극중 인물을 통해 이른바 시청자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며 극중 초반을 이끌며 시청률을 다잡아 가는 드라마를 보고 하는 말이었다. 그랬다 나도 저 새내기 선생 입장이라면 꼼짝없이 망신살이 퍼졌겠구나 싶었다.
사실이 아닌 허구의 세계를 그린 것이 미디어의 세계라지만 어느정도는 픽션이 아닌 팩트를 그리는 것도 맞다고 할진데 오늘의 도덕심에는 분명 개털 같은 털이 난 게 맞다. 아니 어느 사이에 우리의 도덕심은 자유민주주의를 부르짖으면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구가하고 누리는 현명한 삶이 아닌 방종, 무인방약의 제 멋대로의 헝클어진 삶을 살아왔다고 해도 틀린 지적은 아닐 것이다.
얼마 전 KBS 1TV 토요 아침 방송 시니어 프로그램 “황금연못”의 출연한 한 노신사도 그랬다. 전철에서 한 아이에다 임신을 한 임산부가 고통스럽게 서 있어서 경노석에 앉아 있는 청년에게 자리양보를 부탁했더란다. 그랬더니 젊은 친구 벌떡 일어나 핏대를 세워 대한민국에서 자리양보하란 법이 어딨냐면서 다음 역에서 자신과 같이 내려 한판 붙자더란다. 그 젊은이가 말한 역에 도착하자 내리라며 독촉하는데 코레일 경찰 두 명이 올라와 데리고 가 시시비비를 가리고 노신사에게 앞으로는 조심하라 하고 돌아 가셔도 좋다고 했다 하면서 세상이 이지경이 됐다고 토로하는 것을 보고 필자도 고개를 끄떡거릴 수밖에 없었다.
필자도 이와 비슷한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버스 맨 뒷좌석에 떼거지로 몰려 앉아 다리를 앞 여학생이 앉고 있는 의자에 척 올려놓는다. 그리고는 내가 그동안 교직생활에서 듣지도 못한 돼먹지 못한 욕지거리를 해대며 난장을 치고 있는 거다. 그러난 필자난 그 어는 누구도 제지하려하지 않했고 오히려 그들 눈에 꽂힐까봐 애써 외면하는 게 고작인 풍경이었다.
또 버스 안에서 대학생인 듯한 남녀가 부등켜안고 진한 애무에 키스를 하며 신음소리를 낸다. 그 얼마 전에 탑승한 약간 술을 마신 듯한 노년의 두 사람이 눈꼴신 광경을 보다 못해 호통을 치니까 대뜸 달려들어 폭력을 행사할 기세다. 기지가 있는 운전기사 분이 파출소 앞에 정차하고는 신고하겠다 하니 기세등등했던 녀석들이 줄행랑을 치는 꼴도 보았다.
요 며칠 전엔 팔순이 넘어 보이는 이쁘장한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버스에 올라 타셨는데 우연히 여고생으로 보이는 두 여 학생 앞에 손잡이를 잡고 서 계셨다. 그러나 스마트 폰도 보지 않고 있었는데도 전혀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필자가 역부러 큰소리로 할머님 연세가 어떻게 되셨나요 하고 여쭈었더니 할머님, 빙그레 웃으시면서 왜 나하고 연애할려고 하는 뜻밖의 농담을 하시기에 얼떨결에 네 하고 대답했는데 그래도 그 두 여학생들은 끝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았지만 이런 일들이 이나라 방방곡곡에서 비일비재하지 않겠는가. 참으로 기막힌 작금의 도덕심의 개털 난 노릇들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대학 교수 현직에 있을 때 주워들은 얘기인데 말인 즉 가르치는 선생과 배우는 우리는 등록금으로 맺어진 사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말은 그러니까 교수여 제발 잔소리 훈계 그만하고 가르칠 것만 가르치지 딴소린 말라는 실로 씁쓸한 말인 것이다.
사실 교육 현장을 들여다보면 학생 인권이다. 교수 강의 평가다 하여 외래교수는 말할 것도 없고 전임교수들 까지도 학생들 입맛에 맞는 말만하며 학문 장사를 하는 마치 장사꾼 같고 학생은 그 학문을 사는 사람들 같다는 좀 지나친 생각마저 들게 할 정도가 아닌가 싶은게 현실이다.
필자가 젊었을 때를 회억하면 제법 호기있게 교육자다운 표상으로 가르치고 훈육을 했다고 가끔은 자부심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의 필자는 버스 안에서 조차 선뜻 학생들이나 젊은이들에게 어른에게 좀 자리를 양보하는 게 어떠하냐고 자신 있게 나서지 못한다 참으로 비겁한 지성이다. 아니 지성도 아니다. 몸보호 하기에 급급한 게 사실이다. 참다운 스승이 차츰 적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맹자’에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옳고 그른 것을 가릴 줄 아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라고 했다. 그렇다 꼭 이리 실천은 못할지라도 이에 버금가는 마음자세 만이라도 갖고 사는 자유로운 민주시민이 되어간다면 아마도 분명 아름다운 사회가 정착되지 않을까 싶다.
김선호 전 한밭대 인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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