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역사적 가치에도 불구 개인에 매각
대전의 역사적인 근대 건축물인‘옛 대전부청사’(현 삼성화재 충청본부ㆍ대전 중구 은행동 142번지)가 사라질 위기에 놓이면서 대전시의 근대건축물 관리 행정이 도마위에 올랐다.
뾰족집과 옛 사범부속학교장 사택 등 대전 근대건축물들이 잇따라 일반에 매각ㆍ철거된 가운데 또하나의 근대 건축물이 민간에 매각되면서 철거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옛 대전부청사’ 소유주인 ㈜삼성화재해상보험은 지난달 이 건물을 건물 개발 및 부동산업을 하는 Y업체에 매각했다.
‘옛 대전부청사’는 1936년 준공돼 대전상공회의소·대전공회당·대전시청·미군정청 등으로 사용됐으며,‘리’에서 ‘광역시’로 변모해온 대전의 역사를 담고 있는 공간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근대건축물로 손꼽힌다.
지난 1996년 삼성화재가 건물을 인수해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실시해 외벽에 알루미늄 패널을 덧붙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최근 옛 대전부청사 건물이 매각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뾰족집 등 다른 건물의 전철을 밟게 될 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민간에 매각되고 나면 오피스텔이나 호텔 등 상업 시설로 개발되면서 사라져버린 역사적 건축물이 여럿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중구 선화동에 있는 옛 사범부속학교 교장 사택(등록문화재 제169호)이 화재로 불타버렸고, 등록문화재 337호로 등록돼 있던 중구 대흥동 ‘뾰족집’은 2010년 10월 재개발 공사로 철거됐다.
또한 등록문화재 19호로 등록된 구 산업은행 대전지점 건물은 수차례 매각 끝에 ㈜다비치안경체인에 34억여원에 매입됐다.
이런 가운데 전문 부동산 업체가 이‘옛 대전부청사’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전시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행정에 대한 비난도 함께 거세지고 있다.
박은숙 대전문화연대 대표는 “아픈 역사의 나이테가 새겨진 근대건축물은 우리가 새로운 역사를 다시 만드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라며 “이 건물의 경우 문화재로 가지정 마저도 돼있지 않아 매각처리되면 그대로 부서진다고 봐야 한다”고 씁쓸해 했다.
안여종 대전 문화유산 울림 대표는 “옛 대전부청사 부지는 지난 1936년부터 1959년까지 20여년 간 대전 행정의 1번지를 대표하던 곳인데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불과 몇년전 대전 등록문화재인 구 한국산업은행 대전지점을 매입하지 못한데 이어 대전부청사 건물 역시 개인소유로 넘어갔다. 시는 그동안 근대유산으로 가치있는 건물들을 놓치고, 뒷걸음질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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