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소망 기자 |
어쩌면 ‘창조경제’라는 말이 국내에 도입되는 시점부터 예견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박근혜정부는 4년 전 국정과제로 창조경제를 내밀었다.
당시 그 의미를 쉽게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후에도 한동안 창조경제는 비전이 불명확하다는 지적과 함께 목표와 실행계획의 구체성도 떨어진다는 비난이 난무했다.
그러던 어느 날 창조경제는 곧 ‘창업’이라는 논리가 뚝 생겨났다.
세계적으로 창업과 스타트업 열풍이 부는 시기였고, 정부입장에서는 그로 인한 순기능을 놓칠 수 없을 터였을 것이다.
아니면 떠도는 말대로 비선실세라 불리는 누군가의 한 마디에 따라 창조경제는 곧 ‘창업’이라는 프레임이 만들어진 걸지도 모르겠다.
정부조차도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허둥지둥하는 상황에서 이같이 어설픈 프레임을 내세운 덴 그게 무엇이든 분명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정부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지역 내 혁신역량을 갖춘 벤처기업을 만들어 지역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방침으로 10개월 만에 전국 17곳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세웠다.
한 2년간 무리 없이 운영됐을까.
그러던 중 ‘아이카이스트 사태’가 불거졌다.
창조경제 대표 벤처기업으로 꼽히던 아이카이스트 대표는 수사를 받고, 여기에 정윤회의 동생까지 얽혔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창조경제를 간판으로 달고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들은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고, 비선실세 차은택이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부터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게 됐다.
이렇다 보니 박근혜정부의 국정 철학인 창조경제가 의심당하고 부정당할 수밖에 없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또 지역창조경제혁신센터는 팍팍한 살림살이에 직면하게 됐다.
내년부터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손을 떼겠다는 지자체가 속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의회는 대전센터 지원예산 15억원을 전액 삭감했고, 세종시의회도 올해 대비 내년 세종센터 예산을 3억원 깎았다.
전남도의회, 경남도의회도 줄줄이 삭감에 나섰다.
국회도 팍팍하게 굴긴 마찬가지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제출한 예산안 중 창조경제혁신센터 관련 예산은 전면 심의·의결을 보류한 상태다.
마치 창조경제가 등장할 당시 의미가 모호했던 것처럼 지역창조경제혁신센터의 미래도 함께 흐릿해지고 있다.
물론 산업기반이 취약한 지역에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역할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창조경제 프레임을 끼고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이 역할을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창조경제가 창업이라는 엉성한 프레임에서 먼저 벗어나야 한다.
비선실세 의혹으로 얼룩진 ‘창조경제’를 등에 업은 창업 지원이 아닌 ‘창조경제’의 틀을 깬 투명하고 새로운 창업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소망 기자 soman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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