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여야 합의 없으면 탄핵 표결 참여”
野 “무조건 표결” 방침..탄핵 가결 가능성 ↑
국정조사 첫 청문회..이번 주 특검 수사팀 인선 마무리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열차’가 거침없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야(野) 3당과의 탄핵 단일대오에서 이탈했던 새누리당 비박계가 다시 강경 입장으로 선회하면서다.
야권은 새누리당이 요구하는 박 대통령 ‘조기 퇴진 로드맵’ 협상을 일절 거부한 채 ‘무조건 탄핵’을 외치는 만큼 탄핵안 가결 가능성에 무게가 더욱 실리게 됐다.
9일 탄핵안 표결 전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2차 기관보고와 1·2차 청문회가 열릴 예정인데다 특별검사팀의 본격적인 수사 돌입도 예상돼 탄핵 정국이 더욱 요동칠 전망이다.
새누리당 비박계 모임인 비상시국위원회는 지난 4일 총회를 열어 박 대통령의 조기 퇴진 표명 여부와 상관없이 탄핵안 표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야당이 “여지는 없다”며 협상 가능성을 일축해 비박계의 탄핵안 표결 참여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야 3당과 무소속 172명에 더해 비박계에서 28명만 찬성표를 던지면 가결정족수(200명)가 확보돼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가결된다.
야권은 비박계의 결정에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무조건 탄핵’ 방침을 재확인했다.
민주당은 5일 ‘탄핵 비상체제’를 선언, 탄핵안 가결에 당력을 총동원했다. 국민의당도 김동철 비대위원장 체제로 전환하며 야권 공조와 비박계 설득에 나섰다.
야권은 비박계의 탄핵안 표결 참여를 압박하는 목소리도 높였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새누리당 의원들은 오로지 민심과 양심에 따라 탄핵 대열에 동참해줄 것을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했고,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새누리당은 친박, 비박 가릴 것 없이 탄핵열차에 동승하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친박 지도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다. ‘4월 퇴진·6월 대선’을 당론으로 채택해 비박계의 이탈을 막았다고 판단했지만 비박의 탄핵 표결이 기정사실화되면서다.
김성원 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직후 브리핑에서 “의총에서 만장일치로 결정된 4월 퇴진·6월 대선 로드맵에 대해 청와대의 즉각적인 입장표명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조속한 퇴진 일정 등 향후 로드맵을 밝혀야만 비박계의 동참에 제동을 걸고 성난 민심을 돌릴 수 있을 것이란 계산으로 풀이된다.
탄핵열차에 기름을 부을 굵직한 정치 일정도 이어진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는 이날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교육부를 상대로 2차 기관보고를 받았다.
국정조사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1·2차 청문회도 오는 6~7일 열릴 예정이다. 재벌 총수들이 증언대에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며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모금 과정과 관련한 폭탄 발언이 나올 수도 있다.
전국에 생중계되는 만큼 청문회 과정과 증인들의 발언에 따라 가뜩이나 분노한 민심이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파헤칠 특별검사팀도 이번 주 인선을 마무리한 후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다. 청와대는 이날 박영수 특별검사가 지난 2일 요청한 특검보 4명을 임명했다.
이런 상황 속에 여권 안팎에선 박 대통령이 6일 또는 7일께 퇴진 의사를 밝히는 내용의 대국민담화를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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