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준호 영화배우·탤런트 |
사랑의 하트와 큐피트 화살을 날리는 포즈를 취하며 “I'm 제임스 봉~두” 그러자 다들 하하하하하하 박장대소했다. 순식간에 내가 유명한 영화 007 시리즈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된 것이다. 잘 들어보면 제임스 본드가 아니라 제임스 봉두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웃은 것이다. 이쯤 들으면 정준호가 개그를 했나보다 생각할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3년전 '2003년여름' 하와이에 내가 운영하던 와이키키 비치 웍스트릿에 위치한 하와이아나 호텔 로비 앞 수영장엔 한국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하는분들 100여 명이 내 초청으로 우리 호텔을 방문했다.
드라마 '안녕 내사랑'과 영화 '두사부일체'와 '가문의 영광'으로 TV 신인 연기자를 벗어나 영화배우로 얼굴이 알려질 무렵이었다. 그때만해도 지금의 한류는 없없다. 간혹 해외 촬영 가면 몇 몇분이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얘기하시거나 한, 두번 봤다고 햐는 정도였다.
지금의 폭팔적인 한류, 한국 문화에 대한 특히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멋진 한국 아티스트들에 대한 매력에 빠진 여성 팬들이 꽤 되고 점점 늘어갈 것 같은 느낌이 왔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난 하와이 호텔 수영장에 간단한 한국음식을 차려 놓고 나를 알아보고, 응원해 주는 하와이 팬들을 위해 아마 하와이에선 최초로 우리나라 배우로서도 해외에서 공식적으로 팬 클럽이 만들어진 건 아마도 안재욱, 장동건 외엔 없었던 것 같다. 난 조촐하나마 내가 운영하던 하와이아나 호텔에서 '정준호 팬글럽'을 창단한 것이다.
김치, 김밥, 잡채, 라면, 녹차, 한국 과자를 테이블에 진열해 놓고 우리집에 오신 손님 모시듯 편한 마음으로 정말 한국분들이 즐겨드시는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대접했다.
그 모습에 하와이 팬들은 너무 좋아하고 맛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우며 나를 격려해줬다. 팬들의 가족들한테도 드리라며 음식 가져가시면서도 이렇게 저희 팬들에게 호의를 베풀어 주셔서 고맙다고 인사하셨던게 엊그제 일처럼 생생한 추억이다.
그 후로 난 그분들과 주기적으로 우리 호텔에서 정기모임을 가졌다. 팬 클럽수는 몇 백명을 넘어서 어느새 하와이에서 한류 스타가 됐다. 호랑이없는 굴에서는 토끼가 왕이라고 했던가. 하하하. 내친김에 난 대박 한류의 기운을 감지하면서 홍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달에 한 번 정도 주말 저녁엔 호텔 수영장에 TV를 설치해서 같이 한국 드라마나 영화보면서 토론도 하고 한국 문화와 촬영한 거리가 어디라든지 가 보실만한 관광지를 추천하고 홍보했다.
반응은 폭팔적이었고, 팬클럼 회원수도 함께 늘어났다. 난 거기서 아이디어를 착안해서 우리 호텔에서 제일 비싼 방 두 개를 리모델링했다. 친하게 지냈던 장동건씨와 안재욱씨에게 촬영때 입었던 옷이라든가 소품에 사인을 받아서 그 호텔 방에 전시해 놓아다. 그게 장동건룸, 안재룸이다. 얼마후에 정말 내 예견이 맞았는지 소위 말하는 대박이 터졌다. 일본에서 겨울연가가 엄청난 히트를 치면서 욘사마가 탄생하고 그후 아시아에 한류가 불 붙기 시작해 오늘의 한류가 탄생했다. 하와이는 일본땅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일본 사람이 많이 살기도 하고 관광객이 하루에 많게는 5000여 명씩 입국한다.
하와이 최초로 한국 배우 전용룸을 만들어 홍보한 우리 호텔은 1년 내내 예약이 풀로 찼고, 하와이의 유명한 관광지로 많은 분들이 다녀갔다. 무엇이든 그냥 넘길게 아니라 관심을 갖고 깊이 생각해 보면 남들보다 한 박자 빨리 갈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의 거대한 한류를 난 얼마 안 되는 사랑하고 지금도 보고 싶은 하와이 팬들 얼굴에서느꼈던 것이다.
2016년도 마무리 시점이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과 나에게 벌어지는 일들에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다가오는 2017년에는 모두가 꿈꾸는 일들이 하나씩 이뤄지길 기도한다.
정준호 영화배우·탤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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