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면계좌, 다른 은행계좌로 이체·해지 ‘온라인서 한번에’
#. 곽지은 씨(36)는 대전에서만 직장을 3번 옮겼다. 그때마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주거래은행이 모두 달라 ‘월급 통장’도 3번이나 바뀌었다. 곽씨는 “이용하지 않는 계좌를 해지하고 싶어도 직접 은행창구를 방문해야 하는 절차가 번거로워 미뤄왔다”며 “어느 은행에 어떤 계좌가 있는지조차 까먹게 된다”고 말했다.
오는 9일부터 사용하지 않는 계좌 잔액을 한번에 옮길 수 있는 ‘은행권 계좌통합관리서비스(어카운트인포)’가 시작된다. 어카운트인포가 시행되면 홈페이지에서 공인인증서와 휴대전화 인증으로 본인 확인 후 자신 명의로 개설한 모든 은행권 계좌를 조회할 수 있다.
활동성 계좌뿐만 아니라 오랜기간 거래가 없고 잔고가 소액인 계좌는 다른 은행계좌로 옮기거나 해지도 가능하다. 다만 잔고 일부만 다른 계좌로 옮겨놓고 소액으로 계좌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서비스는 미사용 계좌를 정비하는 차원에서 마련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 장기 휴면계좌의 대포통장 악용과 불필요한 계좌 유지 비용을 막기 위해 관련 시스템 구축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고객 입장에서는 어카운트인포 도입으로 잊고 있던 계좌 잔고를 주거래은행 등으로 손쉽게 옮길 수 있어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은행들은 또다른 마케팅 전략 세우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은행들은 불필요한 계좌 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보다 ‘고객 이탈’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잠자고 있는 계좌에서 빠져나가는 금액 규모는 상당하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에 개설된 개인 명의 계좌 2억3000만 여개 중 1년 이상 입출금 거래가 없는 비활동성 계좌는 44.7%(1억260만개)에 달한다. 비활동성 계좌에 들어있는 돈은 무려 14조원이 넘는다는 집계가 나왔다.
지역은행 관계자는 “주거래은행의 휴면 소액계좌를 정리하는 차원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이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은행별로 고객 유지를 위한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성소연 기자 daisy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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