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웅 박사 |
['미래의 노벨과학상 수상자' 대덕특구에서 찾는다] 1. 김기웅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미래융합기술본부 생체신호센터장
특정 주파수 영역 진동 부분 영상화
뇌파 연결된 뇌기능 직접 파악 가능
오랜시간 쌓인 결과가 좋은 성과 내
노벨상강국 일본 장인정신 본받을만
아직 국내에선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온 적은 없지만 적어도 몇 년 내 우리나라에서도 곧 수상자가 배출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꾸준하다. 이는 분명 국내에도 노벨과학상 수상자에 버금가는 수준의 훌륭한 과학기술인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중도일보는 국가과학기술의 최전선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자타공인 미래의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될 수 있는 기초과학분야의 연구자를 발굴해 본다. 그들이 이룩한 기초과학 분야의 성과를 조명하는 동시에 그들이 생각하는 노벨과학상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인간의 뇌'는 인간의 물리·정신적 등 모든 기능을 다루는 기관으로, 최근 뇌의 신비를 밝혀 인간의 정체성 또한 밝혀낼 수 있는 과학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중에서도 '뇌기능 연결성'에 대한 연구는 뜨거운 화두다.
기존에 알려진 자기공명영상(MRI·Magnetic Resonance Imaging)로 뇌 모양이나 뇌 질병의 유무 등 해부학적 정보는 알 수 있었으나 뇌기능에 대한 정보는 확인할 수 없었다.
뇌 과학 연구가 발전하면서 학계는 더는 해부학적 정보가 아닌 뇌기능의 유기적인 연결성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뇌기능 연결성을 확인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functional MRI)도 활용되지만, 혈액의 산소소모 정도로 뇌의 어느 부분이 활동하고 있는지를 유추하는 원리로 몇 가지 구조적 단점이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미래융합기술본부 생체신호센터 김기웅 박사<사진>는 fMRI 방식과 전혀 다른 개념인 뇌파자기공명(Brainwave Magnetic Resonance)을 고안해 뇌기능의 활동을 영상화하는 장치를 개발했다.
뇌기능 연결성을 직접 가시화할 수 있는 신개념 장치를 만들어 낸 것이다.
김 박사는 뇌신경 전류원으로 구성된 뇌 팬텀을 통해 이를 증명했다.
뇌파자기공명은 뇌파가 발생시키는 진동자기장이 뇌 속의 양성자를 직접 공명시키는 것이다. 이 방식은 뇌기능을 담당하는 특정 주파수 영역의 뇌파가 진동하는 부분을 직접 영상화한다. 따라서 뇌의 각 부분이 뇌파에 의해 연결되어 통신하는 상태인 뇌기능연결성을 직접 파악할 수 있다.
뇌의 혈액 산소소모를 통해 연결성을 알 수 있는 fMRI와는 다르게 수 초 이상의 시간차까지 잡아 낼 수 있다. 특히, 뇌파자기공명 방식은 낮은 자기장에서 뇌 기능 연결성에 대한 측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김 박사는 역발상으로 표준연의 초고감도 측정 기술을 이용해 낮은 자기장에서의 양성자 자기공명 측정에 성공한 것이다.
김 박사의 '뇌파자기공명'은 '생체자기공명' 연구 중 일부다.
이는 심자기공명에도 활용될 수 있으며, 화학·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하다.
즉, 인류에 널리 사용될 것이라고 김 박사는 기대하고 있다.
또 김 박사는 뇌 전체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을 측정해 뇌 상태에 대한 전체적인 지도를 그리는 측정 기술인 뇌자도 장치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기도 했다.
뇌자도 장치는 뇌전증(간질) 수술부위를 판단하고 뇌종양 수술 전 기능 부위를 보존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된다.
그러나 뇌자도 장치는 비싼 SQUID(스퀴드·뇌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자기장을 초전도 양자 간섭 소자)를 포함하고 있어 보편화 되지 못했다.
김 박사는 스퀴드를 초고감도 원자 자력계로 대체하는 방법을 개발한 바 있다.
김 박사는 이러한 연구 성과에 대해 “길게 축적된 연구에 저만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접목돼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이어 “오랜 시간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그 결과가 축적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사람차원에서의 연구를 뛰어넘어 한 기관, 한 연구실의 연구 전통이 꾸준히 이어지는 것을 소홀히 여겨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가 몸담은 표준연 생체신호센터는 표준연 설립 시절인 40여년 전 '저온연구실'로 시작해 약 지금까지 연구가 이어진 곳이다.
김 박사는 자신이 이러한 연구실에서 일할 수 있었던 것을 '행운'이라고도 표현했다.
김 박사는 “지금까지 연구실에 쌓인 연구 기술을 기반으로 내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내고 접목하다 보니 좋은 성과가 나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박사는 국내 노벨과학상 수상을 위해선 '사회적 의식 변화'도 필하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노벨과학상을 위해선 꾸준히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므로 정부차원에서의 지원은 물론 사회적인 분위기도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그 예로 일본의 '장인정신'을 들었다. 수 십년 간 한 연구에 매달려 있는 것을 사회에서 “별 의미 없는 일”로 치부한다면, 아무리 강한 연구자들도 흔들리기 마련이라는 게 김 박사의 설명이다.
김 박사는 “연구자들이 본인 연구로부터 자부심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기웅 박사는?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 물리학과 학사(고출력레이저광학)·석사(비선형동력학)·박사(고체물리학)를 취득했다. 이후 약 2년간 미국 프린스턴대 물리학과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독일 PTB/Bernstein 뇌신경센터를 거쳐 현재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생체신호센터장으로 근무 중이다. 뇌과학 분야의 저명한 저널인 'NeuroImage'를 포함해 140편의 논문을 출판했다. 이 외에 '극저자장 핵자기공명 심근전기활동 직접 검출방법 및 극저자장 핵자기공명장치' 등을 포함해 국내외 등록 특허는 37여건, 출원 특허는 43여건을 보유하고 있다. 또 국제생체자기학회(BIOMAG) 젊은연구자상,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우수성과 10선 미래부 장관상(2위), 융합연구 미래부 장관표창, 지멘스-뇌기능매핑학회 학술상, 이달의·올해의 KRISS인상 등 국내외 20여개의 연구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최소망 기자 soman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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