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 덜 받고자 유명 사립대 여대생을 전달책으로
대전지역에서 해마다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대책이 마련되고 있지만, 범행 수법이 다양하게 진화돼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8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10월까지 보이스피싱 범죄 건수는 모두 382건으로, 이중 피의자 546명이 검거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검거 건수는 2014년 129건, 지난해 138건, 올해 10월 기준 115건으로 집계됐다.
해마다 경찰과 금융 당국이 예방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피해는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0여년 전 초기 보이스피싱 범죄가 등장했을 당시 현금환급, 가족납치 등 중국인들이 어눌한 말투와 전형적인 수법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범행 수법은 해마다 다양하고 교묘해지고 있다.
최근 금감원, 경찰관 등 공공기관을 사칭해 개인정보유출 위험을 알리고 대포통장 등으로 금액을 옮기게 하거나 은행에 있는 돈을 찾아 특정장소에 현금을 보관케 한 후 피해자를 집 밖으로 유인한 뒤 절취할 정도로 진화했다.
심지어 의심을 덜 받기 위해 대학에 다니는 중국 여대생을 전달책으로 이용하는 등 대범함을 보이고 있다.
이날 서부경찰서는 보이스피싱에 속은 피해자들의 준비해둔 돈을 집에 들어가 훔친 혐의(절도)로 중국인 유학생 A씨(21·여)를 구속하고, B씨(24·여)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지난 3일 오전 8시께 대전의 한 아파트에 침입, 피해자 C(84)씨가 보이스피싱에 속아 냉장고에 넣어둔 현금 1000만원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금융정보가 유출됐으니 은행에서 돈을 인출해 냉장고에 넣어두라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전화를 받고는 돈을 찾아두고 현관문 비밀번호까지 알려줬다.
A씨와 B씨는 시키는 대로 무단으로 피해자의 집에 침입해 돈을 절취하고 조직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이런 수법으로 이달 초부터 최근까지 3차례에 걸쳐 총 1억 1000여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의 유명 사립대 유학생인 이들은 구인 광고를 보고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학자금을 마련하려고 그랬다”고 진술했다.
성노근 대전 서부경찰서 수사과장은 “금융기관 등을 사칭하는 등 의심스러운 전화를 받으면 즉시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구창민 기자 kcm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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