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두빈 청양중학교 교사 |
“선배, 거기 드럼 이쪽으로 돌려주세요.”
수요일 점심밥을 맛있게 먹은 후 운동장 앞 조회대 위에서 밴드동아리 학생들이 바삐 움직인다. 20분 동안 악기들을 옮겨 놓고 드디어 공연 시작을 알리는 방송 소리.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번 주에는 우리 동아리가 공연을 하는데, 함께 연주하고 부를 노래는 '연탄 한 장'입니다. 가수 안치환씨가 안도현 시인의 시를 노래로 바꾼 것입니다. 힘찬 박수 부탁드립니다.”
드디어 밴드동아리가 틈틈이 연습했던 노래와 연주 실력을 아낌없이 드러낸다. 완벽한 연주 실력도 아니고 가끔씩 음 이탈이 일어나는 노래 솜씨지만 관중들은 기꺼이 하나 되어 박수를 치며 흥겨운 공연에 동참한다. 차가운 날씨에 한줄기 햇살이 되어주는 노랫말처럼.
잔잔하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노래가 끝이 나자 뭔가 아쉬운 듯한 표정으로 관객들이 외쳐댄다. “한 곡 더! 한 곡 더!”
공연 시작과 함께 조회대 주변을 에워쌌던 관객들의 열띤 반응을 뒤로 한 채 밴드동아리 아이들은 무대를 정리한다. 5교시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행복하고 멋진 수요일 야외 공연이 막을 내렸다.
“우리 아이들이 20분 간 열심히 준비해서 한 곡만 부르는 게 아쉬워요”, “다른 악보를 준비하지 못해 한 곡만 불렀대요”, “다음엔 두 곡쯤 하면 좋겠어요” 뭔가 부족하다는 듯이 말씀하시는 선생님들의 짧은 대화처럼 쌀쌀한 날씨 속에 준비한 공연이 마무리되고 떠들썩했던 조회대 주변도 금세 조용해졌다.
어른들의 눈으로 볼 때 학생들은 늘 걱정의 대상이고,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 스스로 행사를 준비하고 즐겁게 이끌어갈 시간조차 없는 게 대부분의 학교 현실이다.
충남형 혁신학교인 행복나눔학교를 2년째 운영 중인 청양중학교에서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교육공동체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이루기 위해 학교문화나 수업 개선, 학생자치 등 전체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모두가 행복한 학교는 어떤 곳일까? 분명한 답은 없지만 아이들이 행복해야 교사도 행복하다. 또한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 때로 교사가 고달픈 경우도 있다. 학생들이 끼를 펼치고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며, 그 과정에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게 안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사와 학생들이 더불어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긴 호흡으로 가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이런 목적으로 운영하는 학생들의 자율동아리가 겉만 화려했던 작년보다 올해는 다양하면서도 실속을 갖추어가고 있다. 때로는 학교 내의 지저분한 곳에 벽화를 그리면서 공동체적인 삶을 실천하고, 때로는 지역의 어르신들 앞에서 공연을 하면서 기꺼이 따뜻한 연탄 한 장으로 불태우기도 한다. 살다보면 결과가 중요한 경우도 있지만 학교는 과정이 더 아름다워야 한다. 그런 행복한 학교를 이루기 위해 오늘도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널따란 멍석을 깔아주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