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지난 25일 이른 아침부터 낯선 이들이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이들이 페인트통과 빗자루, 붓 등을 손에 들고 멈춰선 곳은 오청자(76) 어르신이 혼자 살고 있는 1층 집이다. 10여평 남짓한 집이지만, 10여명의 인근 어르신이 찾아와 담소를 나누고 식사를 하는 사랑방이다.
얼핏 보더라도 손댈 곳이 한두 곳이 아닌 이 집을 확 바꾸러 온 이들은 대전시건축사회(회장 김재범) 소속 건축사들이다. 건축사회 봉사위원회가 주관한 2016년 집 고쳐주기 행사다.
이미 며칠 전부터 찾아와 부엌문과 화장실문을 새로 교체했고, 마당과 마루를 연결하는 창호도 설치했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 필요한 안전손잡이까지 설계전문가답게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오청자 어르신은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날도 추워지는데, 훌륭한 분들이 직접 고쳐줘 고맙다”고 말했다.
사무실에 앉아 일하는 ‘설계’ 전문가들이라 ‘부실 공사’를 걱정했다. 페인트 배합에서부터 작은 실수를 연발했지만, 베테랑답게 마무리는 깔끔했다. 1000만원에 육박하는 비용도 직접 부담했다.
같은 동네에 있는 김광일 어르신의 집과 옥계동에 있는 송순옥 어르신의 집도 찾아 도배와 장판, 전등ㆍ스위치교체, 싱크대 등을 새것으로 바꿔주고 청소까지 해줬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는 ‘햇살 가득한 경로당 만들기’를 위해 4800만원을 들여 동구 가양 1동 제1경로당, 산성동 당대경로당을 대상으로 옥상방수와 화장실 위생기ㆍ현관문ㆍ외부창호ㆍ장판 등을 교체했다. 물론, 전문건설협회 대전시회, 설비건설협회 대전·세종·충남도회, 전기공사협회 대전시회, 대전건설건축자재협회 등과 함께다.
뿐만 아니라 대전의 소외계층 자녀(고교생) 6명에게 모두 6백만원의 장학금과 도서상품권 등도 전달하는 등 매년 수천여만원의 자비를 들여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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