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세상]'더불어 사는 삶'을 가꾸는 민주시민교육

  • 오피니언
  • 아침세상

[아침세상]'더불어 사는 삶'을 가꾸는 민주시민교육

  • 승인 2016-11-27 11:16
  • 신문게재 2016-11-28 24면
  •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최교진 세종시교육감
▲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요즈음 교육계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은 '꿈'과 '끼'이다. 교육이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끼를 발견하고 키워 주며 꿈을 이루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자유롭게 자신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자유학기제의 도입 등 교육은 새로운 흐름을 타고 있다. 그동안의 획일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존중하고 개개인의 자아발견과 실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참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다만, 개인의 꿈과 끼를 키우는 일에만 치우쳐서는 안 된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기에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더불어 사는 삶을 가꾸는 '민주시민교육' 또한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일이다.

우리나라 교육기본법 제2조는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 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여 '자주적인 능력을 갖춘 민주시민'을 기르고자 함을 또렷이 밝혀 놓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교육이 과연 민주시민을 기르고 있는지 의문이다. 지난 2015년 전국 초·중·고·대학생을 대상으로 국제성취도평가협의회(IEA)에서 실시한 '시민성 및 시민교육 국제비교조사(ICCS)'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은 사회참여 역량이 낮은 편이며 이론과 실천의 불균형이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 굳이 이러한 연구를 들지 않더라도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과 이에 따른 학생들의 비극적 희생은 우리가 교육을 통해 어떤 사람들을 키우고 있었는지를 깊이 성찰하게 한다. 민주시민교육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은 입시중심 경쟁교육이다. 자유학기제, 절대평가, 학생부종합전형, 역량중심 교육과정 등 새로운 교육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 우리 교육은 입시중심 경쟁교육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나친 경쟁교육 속에서 민주주의의 밑바탕인 존중과 배려, 참여와 소통의 공동체성은 숨쉬기 어렵다. 수십 년 이어온 악순환을 끝내야 한다. 그나마 학교를 민주적 공동체로 바꾸고 학생 중심, 배움 중심의 교육을 실현하려는 학교 혁신의 물결이 전국으로 퍼져 나가고 있어 희망을 갖게 한다.

민주시민교육의 출발점은 학생을 온전한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 보는 것이다. 학생을 가르침을 받아야 할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교복 입은 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법 어디에도 학생들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학생들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제한을 받아 왔기에 더욱 분명하게 학생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몇몇 지역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학생들도 민주 시민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를 오롯이 보장받아야 한다.

학교민주주의를 실현하고 학생의 사회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학교는 민주주의를 연습만 하는 곳이 아니다. 학교는 학생, 교사, 학부모가 어우러진 하나의 사회로 그 일원인 학생도 주인으로서 권리를 가지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학생은 지역사회의 구성원이기도 하다. 투표와 같은 참정권이 보장되어 있지 못하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지자체나 교육청에서 학생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실질적인 것을 배우게 해야 한다. 오랜 민주주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노동인권교육과 노사관계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노측과 사측으로 나누어 노사 협상의 과정을 실제로 연습해 보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회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권리 주체로서의 자신을 자각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시민의 권리와 이를 실현하는 방법에 대해 이론적이고 관념적인 내용을 배우고 있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최저 임금이 무엇인지 노동기본권이 무엇인지, 부당한 대우에 맞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현실에 눈뜰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 민주시민교육의 가장 훌륭한 배움터는 민주사회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건강하지 못하다. 최근의 국정 혼란 사태, 민주주의의 기본인 다양성을 해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등 학생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는 부끄러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정작 희망의 불빛은 당당히 광장에 나선 학생들의 때 묻지 않은 눈빛에서 발견할 수 있다. 부실한 교육과 퇴행하는 민주주의 속에서도 스스로 깨치고 나온 그들에게 오히려 우리가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3.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4.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3.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4.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5.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