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리뷰]착한 습관의 안전문화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사이언스 리뷰]착한 습관의 안전문화

  • 승인 2016-11-27 11:16
  • 신문게재 2016-11-28 24면
  • 성게용 원자력안전기술원장성게용 원자력안전기술원장
▲ 성게용 원자력안전기술원장
▲ 성게용 원자력안전기술원장
지난 6일 대전 대덕구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회덕 분기점에서 산악회 회원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갑자기 끼어든 쏘나타 차량을 피하려다가 옆으로 넘어져 4명이 숨지고 22명이 다치는 사고가 났다. 경부고속도로 언양 분기점 부근에서 관광버스가 끼어들기를 하다가 전복돼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불이나 10명이 현장에서 즉사한 사고가 발생한지 한 달도 안돼서 또 닮은꼴의 대형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급발진, 급정지, 급가속 등을 지양하고 한 템포 느리게 운전함으로써 연료를 절감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운전법을 에코 드라이빙(Eco driving)이라고 한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에코드라이브 체험교육을 받은 서울시 버스운전자에 대한 교육 효과를 분석한 결과, 교통사고 발생건수가 45% 감소했으며 중상 이상의 부상자는 58% 줄어들었다고 한다.

습관은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이나 학습된 행위가 되풀이되어 생기는 비교적 고정된 반응 양식을 말한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조지프 핼리넌은 '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에서 의료과실의 원인을 분석하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는 인간이 실수를 하는 이유를 자신이 바라는 것만 보는 편향성,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충만한 자기 과신, 멀티태스킹의 신화에 사로잡혀 집중력을 잃고 마는 경향 등 나쁜 습관이 실수를 부른다고 했다.

습관과 관행이 안전문제와 직결돼 있다면 개인과 개별 조직의 문제에서 사회 문제로 확장된다. 안전문화는 개인은 나쁜 습관을 버리고 착한 습관을 핵심습관으로 삼아 생활화 하는 것이며, 조직은 착한 관행을 시스템화 하는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우리나라 원자력과 방사선의 안전규제를 담당하고 있는 기관으로서 최근 규제기관의 안전문화에 대해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추진계획을 수립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드러난 일본 규제기관의 안전신화, 규제포획, 관료주의 성향, 자기 합리화 등의 문제점을 반영한 안전문화 원칙도 설정했다. 경영시스템으로 조직 구성원의 태도와 행동을 관장하는 안전문화를 보장하고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안전과 관련된 습관, 즉 안전문화는 우리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산악회원을 태운 관광버스 사고를 키운 것은 안전벨트 미착용이라는 나쁜 습관이었다. 그러나 지난 9월 부산 기장군의 곰내터널 안에서 유치원 버스가 넘어지는 사고에도 21명의 어린이 중 단 2명만이 가벼운 찰과상을 입는 경미한 사고로 만든 것은 안전벨트 착용이라는 착한 습관 때문이었다. 습관은 선택의 퇴적물이기에 나쁜 습관을 고치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나쁜 습관과 관행의 고리를 알아내고, 고쳐 착한 습관의 안전문화를 만드는 것은 그만큼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지만 결코 늦추거나 멈출 사안이 아니다. 안전한 사회, 그것은 개인의 착한 습관, 조직의 착한 관행, 국가의 착한 정책과 착한 규제의 교집합 안에서 공고해질 것이다.

성게용 원자력안전기술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5.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1.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