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엇갈리는 집회 참가자 수 '과학으로 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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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엇갈리는 집회 참가자 수 '과학으로 센다'

'캔들카운터' 등 컴퓨터 코드 개발 … 사진 한장으로 '촛불' 참가자 분석 집회면적·참여시간·유동인구까지 … 재난시 안전대비 시나리오도 나와

  • 승인 2016-11-27 11:07
  • 신문게재 2016-11-28 15면
  • 최소망 기자최소망 기자
●국내과학자들 실험결과 SNS 공개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주말이면 '박근혜 대통령 퇴진' 외치는 시위 인파들이 전국 곳곳에 모인다. 그러나 매번 집회 참가자 수는 주최측과 경찰측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26일 진행된 촛불 집회에서도 주최 측은 서울 150만명(지방 40만명) 전국에서 190만명이 참여했다고 추산했지만, 경찰은 서울에서만 순간 최대 인원이 27만명이라고 단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과학자들이 집회 참가자 수를 추정할 수 있는 저마다의 다양한 계산법을 내놓고 있다. 역사상 최대 평화의 촛불집회가 열리는 가운데 과학자들의 집단 지성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과학자들의 촛불집회 참가인원을 어떻게 과학적으로 세어 보았는지 살펴보자. <편집자 주>

▲입자 SW(소프트웨어) '캔들 카운터' 고안한 과학자=입자실험을 전공한 박인규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밤새 분석한 입자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박 교수는 “광화문 광장에 몇 명이 모였는 지를 놓고 주최측과 경찰의 추산이 다르다는데 이것을 어찌 셌을까 의문이 든다”면서 촛불 갯수를 셀 수 있는 간단한 코드 'CandleCounter.C.'를 짜봤다”고 밝혔다.

박 교수가 지난 19일 광화문에 집회에 참가한 인원을 과학적으로 분석해보니 '어느 한 순간(time slice)'에만 약 50만~70만명이 모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당시 경찰 추산 인원 17만명보다 주최측 추산 60만명에 가까운 수치이다. 박 교수는 광화문 광장 옥상에서 찍은 촛불집회 사진 한장을 놓고 작은 영역을 잘라내 분석툴과 손을 이용해 촛불 갯수를 셌다.

박 교수는 코딩으로 분석한 것이 '490개'로 육안으로 센 결과와 비슷했다고 평했다. 이렇게 사진 한 장 속 촛불을 다 세어보니 대략 '1만8000개'가 나왔고, 건물 유리에 반사된 것 등은 후처리로 다 제외시켰다. 박 교수는 촛불을 들지 않은 사람, 핸드폰만 든 사람, 피켓이나 깃발을 든 사람 그리고 아무 것도 들지 않은 사람까지 추산했다. 박 교수는 촛불을 든 사람과 들지 않은 사람의 비율을 대략 1대 2로 계산했을 때 당시 광장에만 최대 5만4000명이 운집한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1대 1의 비율로 계산해도 대략 3만6000명이므로, 사진 속 광장 면적이 약 1만㎡인 것으로 미뤄볼 때 1㎡당 4명 정도 있었다고 추정하는 것은 매우 타당성 있는 추산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계산으로 광화문 광장 뿐만 아니라 서소문, 율곡로, 시청앞 광장, 종로에서 종각까지 대략 15만 ㎡를 따져보면 약 50만명에서 70만명의 인원이 이날 집회에 참석했던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동인구까지 고려한 집회 참가자 수를 계산한 과학자=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동 인구에 의한 집회 인구 추산법'을 공개했다. 집회 장소 면적과 인구 밀도만 따지는 경찰의 고정인구 집계 방식에 유동 인구를 더해 계산하는 방법이다.

원 교수는 당시 유동인구의 참여가 많았고 집회 시간, 유동인구가 같은 장소에 평균적으로 머문 시간 등을 고려해 유동인구가 전체 집회 장소에서 차지하는 면적과 평균 유속을 계산했다.

원 교수는 “단순히 폭 100m, 길이 850m의 직사각형 광장을 가정하고 경찰이 기준 삼은 인구밀도를 곱하면 26만명이 나온다”며 “여기서 거리의 폭을 기준으로 10%가 유동인구라고 가정했다”고 설명했다. 원 교수가 유동인구 수를 계산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초당 1m 폭의 단면을 통과한 유동인구 숫자로 유속을 계산하고 여기에 집회시간과 유동인구 집단이 차지한 거리의 폭을 곱해 총 유동인구 수를 계산했다. 수식으로는 '총 유동인구 수(명)=유속(명/m·s)×집회시간(s)×유동인구 집단이 차지한 거리의 폭(m)'이다. 계산 하면, 유속은 3.3명/m·s이 되고 총 유동인구는 72만명(12일 광화문 기준)이다. 여기에 고정인구 26만명을 더한 총 집회 참가자 수는 최대 98만명이 된다. 유동인구가 고정인구의 약 4배에 이른다. 원 교수는 “유동인구가 고정인구보다 최대 3배가량 많으므로 유동인구를 고려한 주최 측 추산(100만명)과 유동인구를 고려하지 않은 경찰 측 추산(26만명)에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백만 군중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는 길을 찾아준 과학자=권석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나노포토닉스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촛불집회에서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대피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권 연구원은 셀룰러 오토마타(Cellular Automata)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약 100만명의 군중이 대피하기 좋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권 연구원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집회 당일 사고 발생 시 세종로 사거리나 율곡로 방향으로 대피하는 것이 바람직했다.

권 연구원은 “일단 가급적 세종로 사거리 남쪽 방향, 그리고 율곡로 동서 양방향으로 먼저 빠져 나가는 것이 좋고, 다음으로는 사직로 8길, 그리고 삼봉로로 빠져 나가는 것이 대피 효율이 좋다”며 “내 주변에 가장 가까운 대피로가 세종대로23길, 삼봉로 등이라면 너무 그쪽 방향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남북 방향을 고려하는 것이 차선책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소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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