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하루하루 지친 일상 속 '쉼표 같은 휴식의 책'

  • 문화
  • 문화/출판

[맛있는 책]하루하루 지친 일상 속 '쉼표 같은 휴식의 책'

  • 승인 2016-11-24 10:57
  • 신문게재 2016-11-25 11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사서들의 맛있는 책읽기]

▲ 울지 말고 꽃을 보라,정호승, 해냄출판사, 2011 刊
▲ 울지 말고 꽃을 보라,정호승, 해냄출판사, 2011 刊
어른을 위한 인생동화? 많은 현대인들은 감성보다는 이성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바쁘다. 나 또한 그렇기에 아이가 아닌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것에 이끌려 책을 읽게 되었다.

시인 정호승의 에세이 『울지 말고 꽃을 보라』. 이 책은 모두 5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1장 '기다림 없는 사랑은 없다', 2장 '뼈저린 후회', 3장 '수평선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4장 '완벽하면 무너진다', 5장 '겨울의 의미'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 속에는 소제목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삶의 행복과 기쁨, 슬픔과 존재에 대해 짧은 동화들이 모여 만물의 이치를 통해 배우는 깨달음에 대해 긴 여운을 남긴다.

<사랑의 동그라미> 이야기는 동그라미를 그리지 못하는 아들에게 동그라미를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도리어 아버지가 사랑의 의미를 뒤늦게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것이구나. 사랑하던 첫 마음으로 되돌아갈 수 있어야 사랑의 원을 그릴 수 있구나! 처음과 끝이 서로 같이 만나야 진정 사랑을 완성할 수 있구나!'

사랑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닌 일방통행이 아님을 생각하게 한다. 작가는 사랑이라는 요소를 통해 삶을 이야기해 나가고 있다.

<뼈저린 후회>에서는 미국에 아들 내외를 둔 어머니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끝내 목숨을 끊은 이야기이다. 물질이 풍요로워지고 생활이 나아지는 만큼 현대인들의 마음은 반비례하는 것 같다. 다들 마음속에 무엇인가의 부재를 안고 살아간다. 대화가 없어지고 서로를 보듬고 돌아보는 미덕이 점점 사라지면서 현대인들이 느끼는 외로움의 깊이는 풍요의 높이만큼이나 깊어져 가는 것 같다.

<타조의 꿈>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아니야, 타조 넌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니야. 날고 싶다는 너의 욕망을 사랑하는 거야. 그래 가지고는 날 수가 없어. 나를 진정으로 사랑할 때만이 넌 날 수 있어. 사랑에는 조건이 없어야 해. 사랑에는 희생이 따른단 말이야. 넌 그걸 몰라. 우리를 사랑하는 하느님의 사랑을 봐. 맹목적인 부분이 있잖아. 순수한 사랑에는 어느 정도 맹목성이 있어야 해. 그런데 넌 그렇지 못해. 그래서 날지 못하는 거야.'

얼핏 들으면 기가 막힌 독수리의 말이지만, 사랑하는 것은 결국 아픈 것. 아픔이 없다면 그것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그 아픔마저 딛고 올라갔을 때야 비로소 더할 수 없이 순수함에 도달할 수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이렇듯 작가는 사랑, 용기, 고통, 교만, 욕심, 배려, 희망 등 우리가 살면서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되찾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또한 책을 읽어나가면 한 편의 시와 같은 따뜻한 그림이 함께 어우러져 감동을 받기에 충분했다. 책의 구절 중 공감을 받은 부분이 많지만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중 한 가지를 소개한다.

'울지 말고 꽃을 봐라. 그리고 저 바위도, 산다는 것에 의미 따위는 소용없어. 장미는 장미답게 피려고 하고, 바위는 언제까지나 바위답겠다고 저렇게 버티고 있지 않니. 그러니 성실하게, 충실하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게 제일이야. 그러다 보면 자연히 삶의 보람도 기쁨도 느끼게 되는 거야. 너무 그렇게 절망할 필요는 없어. 이제 또 다른 꿈이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이 책은 들고 다니며 읽기에 좋은 책이다. 틈틈이 한 편씩 읽다 보면 삶에 지치고 위로가 필요할 때 따뜻한 위로를 전해주는, 한 숨에 읽어 내려가지 않고 천천히 여유롭게 읽어나가며 바쁜 현대인의 일상 속에 쉼표 같은 휴식의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연희 한밭도서관 자료정리담당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3.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4.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3.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4.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