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회 “죽어가는 시장 얼어붙게 생겼다” 자치구에 민원 호소
▲ 대전 중구 유천시장의 한쪽 벽이 사라져 겨울을 앞둔 상인들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임효인 기자 hyoyo@ |
“날은 점점 추워지는데 한쪽 벽이 이렇게 뚫려 있으니 누가 시장에 오고 싶겠어요. 혹시 눈이라도 올까봐 걱정이 큽니다.”
대전 중구 유천시장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시장 한쪽 벽이 휑하게 뚫려 있어 본격적인 겨울나기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온이 뚝 떨어진 23일 오전 중구 유천시장. 입구를 따라 10m쯤 들어가니 찬바람이 피부를 스쳤다. 시장 오른쪽 벽면이 휑하게 뚫려 있어 시장 바깥 날씨와 다를 게 없었다. 좌판에서 채소를 파는 상인은 본인이 직접 비닐을 설치해 급한대로 바람을 막았다. 장을 보러 온 주민들은 하나같이 옷깃을 여미고 빠른 걸음으로 시장을 돌았다. 인근에 거주하는 주부 정모(62)씨는 “시장 안과 밖의 기온 차이가 거의 없다”며 “날이 더 추워지면 차를 타고 가더라도 대형마트에 가서 따뜻하게 장을 보고 싶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상인회와 중구청에 따르면 2014년 초 시장과 연결돼 있던 건물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유천시장 한쪽 벽면이 사라졌다.
당시 상인회는 공사 업체 측에 사라진 벽면에 대한 보수를 해줄 것을 요청했고 업체도 이를 받아들였다. 자치구에 민원을 넣지 말고 당사자끼리 해결하자는 취지였다. 시공사는 상인회 20여명의 인감도장도 받아갔지만 공사가 끝나 준공승인이 나고 입주가 시작된 후에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시공사는 떠났고 연락도 끊겼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업체측에 매달리던 상인회는 시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허가ㆍ승인을 내준 자치구에 손을 내밀었다.
유천시장 상인회장은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구청도 이부분을 챙겼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얼렁뚱땅으로 공사 허가와 준공승인을 내주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상인들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중구 관련부서는 해당 민원을 접수하고 중소기업청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을 통해 사업 해결에 나설 방침이지만 보수 시기와 상인회가 부담해야 할 부담금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중소기업청 현대화 사업비 60%와 지방비 30%를 제외한 10%를 상인회에서 부담해야 하는데 상인회 재정상 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중기청 사업 신청 시기와 예산 교부 등에 필요한 기간을 고려했을 때 2018년 초나 돼야 공사가 완료된다.
중구 관계자는 “상인들이 원한다면 올 겨울은 긴급예산을 투입해 임시방편으로 눈과 바람을 막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전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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