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지방행정체제의 개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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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지방행정체제의 개편이 필요하다

  • 승인 2016-11-22 11:37
  • 신문게재 2016-11-23 23면
  • 강병수 충남대 교수강병수 충남대 교수
▲ 강병수 충남대 교수
▲ 강병수 충남대 교수
오늘날 행정구역의 기본적인 골격은 갑오개혁 직후인 1896년 만들어진 13도제에서 비롯되었다. 도의 경계는 지리적인 환경인 산과 강을 기준으로 구분했다. 행정계층은 시·도-시·군·구-읍·면·동 3계층에서 시작해 읍·면·동 자치 폐지와 자치구제 도입 등을 거치면서 지금과 같은 특별시·광역시·도-시·군·구 2계층제를 유지하고 있다. 2006년에는 제주특별자치도, 2012년에는 세종시가 출범해 단층자치단체가 만들어졌다. 이것은 지방행정체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현재의 복잡한 행정계층으로 인해 불가피한 계층 간 업무의 중복과 비효율, 그리고 예산낭비에 따른 손실이 크다. 지방행정체제가 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주민 불편을 야기시키고 지역발전을 오히려 저해하는 등 궁극적으로 국가경쟁력 향상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개헌의 아젠더로, 또한 대통령선거 때마다 주요 이슈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지방행정체제의 문제가 중요한 국가정책과제로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는 현행 지방행정체제가 막대한 비능률과 경제적 낭비를 초래하고 행정의 민주성이 제대로 확보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만들어야 할 행정계층은 4개의 관점에서 봐야한다.

첫째, 행정계층간의 중복과 낭비의 축소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방행정계층은 자치 2계층제로 광역지방자치단체인 시·도와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시·군·구간에 분업을 하고 있다. 동일한 사무를 2개의 계층에서 중복하여 처리하다 보니 주민들은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시·도와 시·군·구를 모두 거치면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

둘째, 민간경제활동의 활성화이다. 오늘날 정부기관의 간섭과 규제에 대한 민간의 불만은 날로 늘어가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규제개혁을 외치고 있다. 시·도와 시·군·구가 동일한 사무를 계획분야와 집행분야로 구분하거나, 또는 동일 집행기능에 대해서도 사업규모에 따라 구분해 집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과 같은 민간경제와 직결되는 행정을 하나의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여 일괄처리하게 하면 경제활동에 대한 규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셋째, 행정계층 및 행정기관 간 갈등과 분쟁의 획기적 해소이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법과 관계법령에서 광역지방자치단체와 기초지방자치단체간의 사무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점차 하부기관의 개념에서 벗어나 독립된 자율성의 주체로 활동하고 있으며, 업무의 내용과 방법에 대해 갈수록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넷째, 지방자치의 기본이념인 풀뿌리민주주의 실현이다. 1949년 제정된 지방자치법은 시·읍·면에 기초지방자치단체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였으며, 1960년 읍·면자치제가 실시되었으나 1961년 그 지위를 상실했다. 그 이유는 읍·면이 자치행정에 있어서 중요한 재정력이 약해 주민 복지와 지역개발을 유효하게 수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앙집권에 매몰돼 지방자치에 대한 인식부족에서 나온 결과로 보여진다.

풀뿌리민주주의란 주민 개개인의 의사가 즉각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직접민주주의를 의미한다. 주민들의 기초수요와 생활행정을 수행하는 단위가 기초지방자치단체이다. 지방자치의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주민 5000명 정도까지도 기초지방자치단체로 인정하고 있다.

현재의 기초지방자치단체는 풀뿌리민주주의를 수행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크고 적절하지 않다. 그렇다고 그렇게 크지도 않아 어정쩡한 상태다. 그러므로 현재의 광역지방자치단체와 기초지방자치단체를 통합한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규모의 '광역지방정부'를 만드는 한편, 풀뿌리민주주의가 가능한 규모의 기초지방자치단체를 새롭게 구획해야 할 것이다.

강병수 충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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