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
신생아 출생이 급격히 줄어드는 저출산 현상이 생산인구의 감소, 잠재성장률의 저하, 복지재정 부담의 급증 등을 초래해 대한민국의 성장을 가로막는 '새로운 사회적 위험이며 국가 소멸이라는 대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는 오래전부터 나왔다.
2014년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합계출산율 1.19명(2013년 합계출산율)으로 지속될 경우, 인구는 2056년 4천만명으로 줄어들고, 2136년에는 인구가 천만명으로, 2750년이면 대한민국 인구 자체가 소멸하는 것으로 나왔다.
저출산 문제가 대한민국을 침몰의 위기로, 핵전쟁보다 더 큰 참화의 길로 몰아넣는 것이다.
물론 정부가 손을 놓는 것은 아니어서 2005년에 「저출산ㆍ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대통령 직속 저출산ㆍ고령사회위원회'를 설치해 저출산 분야에만 총 80조 7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아직 효과는 미미하고 저출산 현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저출산 대응 정책이 출산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원인과 대책이 따로 놀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저출산 현상은 젊은이들이 결혼을 회피하고 결혼을 하고도 아이를 낳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청년들의 미래가 암울하기 때문에 저출산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인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은 여기에서 한참 멀리 떨어져 있다.
'7포(연애ㆍ결혼ㆍ출산ㆍ대인관계ㆍ집ㆍ꿈ㆍ희망의 포기)'는 이제 한두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인턴과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 하는 고용 불안과 생계를 유지하기도 어려운 낮은 임금, 과도한 주거비 부담으로 내 집 마련 어려움, 결혼과 출산이 곧 해고나 실직으로 이어지는 전근대적인 기업 문화, 과도한 양육비와 교육비 부담 등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위해 넘어서야 하는 현실의 장애물들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자녀 2명을 둔 홑벌이 가구로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면 1주일에 62시간은 일해야 겨우 빈곤을 탈출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청년들이 결혼하고 출산을 하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이제 저출산 대응 정책은 우리 청년들의 어려움을 직접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아이를 출산한 가정의 양육부담을 사회가 온전히 책임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첫째, 최저임금을 1만원 이상으로 올리고, 비정규직·일용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일자리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둘째, 출산을 하고 양육하는 가정에 세금 감면이나 출산장려금, 아동수당 지급, 복지서비스를 제공을 통해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셋째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 대해서는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넷째, 아이들을 안심하고 키울 수 있는 보육 인프라를 대폭 늘리고 고등교육까지 무상교육을 확대 시행해야 한다.
다섯째 일을 하면서도 안정적인 양육을 가능하게 만든 '일-가정 양립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과감한 정부 예산 투입도 필수적이다. 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출산장려금이나 아동수당, 주거지원과 같은 직접적인 경제적 지원을 중심으로 GDP의 3%를 저출산 해소에 투입하는 목표를 세우고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저출산을 해소할 수 있다.
OECD에서 초저출산현상을 경험한 국가는 11개국인데, 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초저출산현상을 벗어났다. 저출산을 극복한 해외선진국은 GDP의 3% 이상을 저출산 대책에 투입했다. 우리라고 못할 일은 아니다. 우리 경제규모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고 예산만으로 다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금처럼 저출산 현상이 이어진다면 국가경쟁력 약화는 물론이고 국가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저출산 문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여러 과제 중 하나가 아니라, 국가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기존과는 다른 파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미래, 우리와 아이들의 미래가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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