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병로 대전교총 회장ㆍ한밭대 교수 |
자본주의 사회에서 선택은 결국 경제문제에 달려있다. 역사적으로도 보면 늘 경제문제로 세계적 대형 사건이 발생했다. 1차 세계대전은 산업혁명으로 만들어진 과잉상품을 팔기 위한 시장개척, 값싼 원료와 노예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시작된 식민지 확보에 다소 늦게 독일이 끼어들면서 발생된 잦은 충돌이 1914년 사라예보 사건을 계기로 돌발했다. 또 2차 세계대전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독일의 일자리가 줄고 물가가 치솟아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히틀러가 나타나 군비를 비축했고, 영국과 프랑스가 자국의 식민지를 경제 블록화하자 식민지 확보를 위해 늦게 뛰어든 이탈리아, 일본과 손을 잡고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이 역시 식민지 시장 확보를 위한 전쟁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남북전쟁도 처음에는 노예해방 전쟁이 아니고 남부의 지주세력과 북부의 상공업 세력간 경제적 충돌이었다. 전쟁 초기만 해도 링컨 대통령은 노예제 폐지에 반대하였으나 전쟁에 노예를 참여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노예가 해방되었고 미국은 농업사회에서 급격히 산업사회의 경제구조로 바뀌게 되었다.
미국의 대공황도 마찬가지이다. 1차 대전에 늦게 참여해 승리로 이끈 미국은 전쟁으로 어려운 유럽의 여러나라에 돈을 빌려주고 물자를 팔아 엄청난 무역흑자를 거두며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점차 유럽의 자체 생산력이 증가한데다가 미국의 과잉생산으로 1929년 대공황을 맞게 되었다. 과잉생산으로 재고가 쌓이자 생산의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일자리가 줄게 되며 다시 수요와 구매력이 저하되어 경제 침체를 맞게 된 것이다.
2차 대전 이후 미국과 영국은 보호주의로 묶였던 세계 시장을 열기위해 1947년 관세장벽과 수출입 제한을 제거하고, 국제무역과 물자교류을 증진시키기 위한 관세협정(GATT)을 하게 된다. 또 1995년에는 자유무역기능을 더욱 강화하여 협정 수준에서 규제수준으로 확대한 WTO 체제가 출범하였고 이런 과정에서 자유무역주의는 더욱 활성화되어 세계적으로 최고만이 살아남는 신자유주의 체제로 넘어가게 되었다.
신자유주의는 국내외에서 정부의 간섭을 줄이고 시장에 맡기는 작은정부, 노동시장 유연화, 민영화, 탈규제와 긴축, 부자감세 등 경쟁을 부추기는 개방적 자유주의로서 세계 경제를 활성화 시켰다. 성장을 통해 세계의 경제규모를 키우고 빈곤을 탈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승자독식의 극한 경쟁, 국경 없는 무한경쟁으로 개인이나 나라간 빈부격차는 가속화되고 사회의 공동체 가치는 무너졌다. 산업은 자동화, 고도화되고 일자리는 감소했다. 오늘날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는 중산층이 사라지고 1%의 부자와 나머지의 서민층만 남게 되어 사회의 불만이 팽배한 실정이다.
이제 신자유주의가 저물고 있다. 우리나라도 민영화 반대, 극도의 경쟁지향적인 성과급적 연봉제 반대 등 탈신자유주의에 대한 외침이 커지고 있다. 최근 영국은 자국민 보호를 위하여 유럽연합(EU)을 탈퇴하였고, 유럽 여러나라가 EU 탈퇴 움직임이 있으며, 미국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자국의 일자리를 키우고, 빈부격차를 줄이며, 반세계화, 복지증대, 공정무역, 보호무역, 함께 잘사는 공동체 문화를 외치고 있다. 전 세계는 풍요속의 일자리 부족으로 힘들다.
영국의 역사학자 홉스봄은 '자본주의는 사회정의와 인간성을 구현하는데 실패했다'고 평가하며, '시장은 인간을 사적(私的)인 고객으로 취급하지만 민주주의 공동체 문제에 책임질 줄 아는 공적(公的) 시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시장의 전면적 지배는 곧 민주주의의 붕괴를 초래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제성장보다 재화의 사회적 재분배를 강조한 것이다. 앞으로 인공지능 산업시대가 되면 일자리가 더 줄게 되어 사회적, 경제적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자국민 보호를 외치는 트럼프 공약이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에게는 악재이지만 일자리를 늘리고 중산층을 키워야 하는 미국인에게는 분명 희망적이다. 우리사회는 좀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경제, 함께 잘사는 공동체, 따뜻한 자본주의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유병로 대전교총 회장ㆍ한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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