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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시험을 보고 있는 모습/사진=연합db |
2017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수능은 수험생들만의 시험이 아니라 국가적 연례행사가 된지 오래다. 온 나라 국민이 수험생과 함께 간절한 마음을 담아 시험을 보기 때문에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그중 으뜸은 바로 듣기 평가 시간에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되는 것이다. 올해도 오후 1시 5분부터 약 35분간 소음 발생을 막기 위해 항공기들이 이륙하지 못했으며, 비행중인 항공기들은 상공에서 대기해야 했다.
하늘만 아니라 땅에서도 긴장의 연속이었다. 지각하고 갇히고, 여기저기서 시험장에 늦은 학생들의 곡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경기도 의왕시에 사는 수험생은 아파트 현관문이 잠겨 119가 출동하는 일이 발생했고, 수면제를 복용하고 잠들었다 지각할 뻔 한 학생을 경찰이 신속하게 시험장에 도착하게 했다. 그런가 하면 시험 도중에도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부산에서는 재수생이었던 한 여학생의 도시락 가방 안에서 어머니 휴대전화 벨 소리가 울리는 바람에 1교시가 끝난 뒤 귀가 조치 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은 줄도 몰랐기에 안타까움을 주기도 했다.
고사장에 휴대전화를 절대 반입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사건이 12년 전인 2004년 11월 17일 실시된 수능시험에서 발생한 부정사건 때문이었다.
중학교 동창 사이였던 수험생들은 구형 휴대전화기 2대를 몸에 부착하고 시험을 보던 중 정답 번호 숫자만큼 두드려 전달하면 고시원에 대기 중이던 후배들이 전달받은 답안 중 다수의 답안을 문자메시지로 전송하는 식으로 알려줬다.
이들은 시험 전날 예행연습까지 마쳤으며 사건이 터지기 전에 이미 인터넷에서는 ‘수능에서 핸드폰으로 부정행위를 하려 한다’라는 괴담이 확산되기도 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려했지만 시교육청에서 반대했고 결국 사건은 일어났고, 이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알고도 당했다는 데 비난이 쏟아졌고 결국 부정행위자 314명의 수능 성적이 무효 처리됐으며, 이후 수능에서 부정행위 방지책이 강력하게 시행되기도 했다.
시험의 무게는 언제나 무겁다. 그 버거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 편법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통하는 세상이라면 시험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리라. 1년간 고생하며 정정당당하게 시험을 치른 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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