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나라가 잘 되려면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종교칼럼] 나라가 잘 되려면

  • 승인 2016-11-16 11:08
  • 신문게재 2016-11-17 23면
  • 천성감리교회 담임목사천성감리교회 담임목사
▲ 조성근 천성감리교회 담임목사
▲ 조성근 천성감리교회 담임목사
영국의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Edward Gibbon)은 그의 책 '로마 제국의 패망'에서 로마멸망의 원인을 5가지로 꼽았다. 가정의 파괴, 과중한 세금, 세금의 낭비, 쾌락문화, 종교적 권위의 붕괴가 그것이다. 가정의 파괴는 국가의 기본 단위를 흔들어 놓았고, 과중한 세금은 국민들의 원망을 샀다. 거둬들인 세금으로 쾌락문화를 부추기고, 잘못된 정책은 예산을 낭비했다. 귀족 중심의 향락문화는 스포츠, 섹스, 스크린에 열중하게 해 가정과 국가경제를 세우는 일을 등한시하게 했다. 종교적 권위의 붕괴는 국가의 도덕적, 정신적 영향력의 상실로 이어져 국민의 정신적 힘을 모으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오늘 우리나라에도 나타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청소년 가출은 이미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고, 재산권 분쟁은 부모와 자식도 갈라놓았다. 창조경제라는 이름 하의 문화사업 같은 국책 사업은 막대한 예산 낭비를 가져왔고, 종교는 교권중심과 물량주의 속에 그 정신을 잃었다.

그렇다면 이렇듯 총체적 위기에 처한 이 나라가 잘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국민정신이 건강해야 한다. 19세기 말 중국은 무능하고 부패한 왕정을 혁명으로 몰아내고 공화정인 중화민국을 건립했다. 하지만 그 후 20년간 내전이 계속되면서, 시달릴대로 시달린 국민들은 전쟁만 끝난다면 어떤 정부여도 좋다는 해이한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장제스(蔣介石) 정부는 무기가 부족하고 도움이 없어서가 아니라, 마오쩌둥(毛澤東)의 공산당을 상대하는 국민들의 정신력이 해이해져 대만으로 쫓겨나게 된다.

정신과 사상이 흐려지면 이상과 비전을 가질 수가 없다. 정신과 사상을 바로 할 때 이 민족이 살 수 있다.

둘째, 바른 지도자를 양성해야 한다. 창조적 사상과 도덕적 책임감을 가진 지도자가 서야 한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는 '역사의 연구'라는 그의 책에서 국가를 경영하는 것은 대중이 아니라 창조적인 엘리트층이라고 말했다. 의식 있는 소수의 지도자들이 도덕성, 정의감, 사랑, 비전, 변화, 개혁에 대한 사명으로 나라를 이끌 때 나라가 융성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례는 세계사에서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가 독일군을 저지하기 위해 대규모의 근대적 요새선을 구축했다. 그리고 프랑스 육군 장관인 '앙드레 마지노'(Andre Maginot´)의 이름을 따 '마지노선'이라 불렀다. 하지만 당시 난공불락이라 여겨졌던 마지노선은 한 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 원인은 불량시공에 있었다. 애국심으로 정직하고 성실하게 건설하지 않은 것이 그런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사실은 우리의 지도자들이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창조적 사상도, 도덕적 책임과 변화를 향한 비전도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다. 도덕적·사상적 빈곤이 그대로 드러난다.

셋째, 건전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잘못된 문화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파멸의 늪에 빠져 들어가고 만다. 지금 우리사회에는 향락과 방종과 폭력이 만연하지만, 이를 고쳐 세울 의식이 없다. 학교 교육은 기능으로 변해버렸고, 부모의 교육은 권위를 잃었다. 종교조차도 이기적이고 물량적이고 세속적인 것의 추구에 몰입하고 있다. 그럴수록 우리는 도덕적 가치를 확립하고 건전한 문화를 건설해야 한다. 향락과 부정부패를 근절해야 한다. 한 나라의 흥망성쇠는 정치·교육·경제 전반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견인하고 지원하는 것이 국민의 정신과 사상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의 책임을 다하고 민족과 국가를 사랑할 때 우리는 이 난국에서 다시 일어나 번영할 수 있다.

천성감리교회 담임목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5.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