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병원 폐암전문 흉부외과 의사이자 의료인을 양성하는 의과대학 교수, 주식회사 메디튤립 강민웅 대표(40)에게 따라붙는 호칭은 화려하다 못해 분주하다.
어느것 하나 바쁘지 않은 직업이 없을것 같은데 완벽하게 임무수행중이다.
강 교수는 지난 2009년부터 흉부외과계에서 유명인사였다. 스승인 임승평 교수와 함께 상처를 많이 내지 않는 최소침습 흉강경 수술법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중국과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최소 침습적 폐암수술법에 대해 강의하고 시연하며 세계 흉부외과 의사들의 감탄을 받기도 했던 인물이다.
기존의 폐암수술은 30㎝이상 절제하는 방법이었지만, 강 교수의 폐암수술은 절개범위가 3~4㎝로 작았다. 절개범위가 좁은 것은 비단 외형상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수술 후 통증이 적고 입원기간이나 회복기간 등이 짧아 최소 침습 수술법은 각광을 받을수밖에 없었다.
▲불편함을 기술로 개발한 '참의사'=현장에서 폐암환자들의 수술을 직접 해오며 여러가지 수술도구를 써왔던 강 교수는 기존의 장기 절제나 문합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스테이플 장치가 단점이 있음을 인지한다. 스테이플 장치는 암수술후 암조직을 절제하고 절제부위를 봉합하기 위해 사용하는 의료기기다. 거의 모든 흉복강 수술에 사용하는 스테이플 장치가 급속동결절편 검사를 정확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급속동결절편 검사란 수술중에 의심스러운 조직의 일부를 떼어내 액체질소로 동결시켜 현미경으로 진단하는 방법이다. 흔히 말하는 조직검사에 해당한다. 이검사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절제된 조직에서 봉합돼있는 스테이플을 제거한 후 '절제 마진(Resection margin)'을 사용해 검사 후 암세포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사용하고 있는 외과용 스테이플은 정확한 절제 마진 확보가 불가능했다. 병리학적 검사상 스테이플에 의해 손상된 조직으로는 정확한 변이감사가 불가능했고 전체 수술 가운데 60~70% 에서 이러한 문제점이 나타났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외과의사들은 스테이플을 이용해 절제한 장기의 절제마진에서 세포를 긁어 얻은 후 세포 블록을 만들어 절제마진 검사를 시행했지만 이 방법 자체가 2시간이라는 시간이 소요돼 마취중인 환자에게는 너무나 가혹했다.
강 교수는 수술을 할때마다 느낀 이 불편함을 해소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생각은 절제뿐 아니라 암수술 중이면 꼭 시행해야 하는 급속동결절편 검사를 수행할 조직을 손상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외과용 스테이플 장치를 개발하게 된다.
강교수의 스테이플은 조직 손상이 전혀 관찰되지 않고, 장막과 근육층까지 구조적 손상이 없어 암세포 유무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스테이플로 망가진 조직이 아닌 온전한 조직을 획득해 동결절편검사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강 교수는 이러한 스테이플 장치를 개발해 특허 등록을 마친 상태다. 스테이플 관련 국내 특허 2건을 등록했으며, 출원완료후 심사중인 특허도 4건에 이른다.
이밖에 중국에서 1건 특허출원과 심사중이며, 미국에서도 2건 출원 완료후 심사중이다. 해외 개별국 진입을 위해 3건 출원을 완료해 심사중이며 제품 디자인과 관련해 총 21개의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그가 개발한 스테이플 장치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그도그럴것이 국내 의료시장에서 93%를 미국의 2개 업체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고, 연간 규모가 1000억원 이상이다. 강교수의 의료기기 개발로 이를 국산화 할경우 수입 대체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세계 의료기 시장에 이를 오히려 역수출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강민웅 교수가 개발한 Medi Tulip 스테이플 장치 |
강 교수는 “산학협력단의 도움은 컸다. 특허청 산하의 지식재산세터를 통해 분석도 하게 됐고, 1억원의 연구과제를 따게 됐다. 특허 분석을 하면서 어떻게 특허를 보호해야 하는지 개념도 생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사업에는 관심이 없었다. 의사인만큼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기기를 적용해야 겠다는 생각이 가장 지배적이었다.
그러던 그에게 엑셀러레이터(accelerator)가 찾아온다. 엑셀러레이터는 창업 아이디어나 아이템만 존재하는 단계의 신생 스타트업을 발굴해 업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회사를 말한다.
삼고초려와 같이 그는 3차례나 이를 거절한다. 하지만 사업을 못하겠다던 그는 엑셀러레이터의 도움으로 지난 2015년 4월 (주)메디튤립을 세운다. 연구실이 회사였다. 중소기업청에서 지원하는 사업에 선정돼 10억원의 지원을 받아 직원을 뽑고 회사 운영을 시작했다. 회사설립이후 특허를 내고 시제품을 만드는 등 그의 현장 아이디어는 점점 제품으로 모습을 갖춰갔다. 회사 설립 이후 현재는 실무직원만 9명에 이르고 있다. 시제품이 출시되면서 미국의 큰 업체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벤처캐피털을 통해 15억여원의 투자를 받은 상황이다. 내년부터는 중국 업체와 5년간 기술계약을 맺고 중국에서 먼저 기술이 들어간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12월 말 중국에서 임상 시험에 들어가게 되며 임상시험만 통과하면 내년 6~7월경 중국 상용화가 먼저 시작되게 될 전망이다.
강 교수는 “중국 특허는 물론, 미국, 일본, 유럽, 호주, 남미까지 특허 진입을 하려 한다. 특허 진입을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돈이 들어간다”며 “지금 받고 있는 투자금 대부분이 특허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 종착지는 환자=스테이플을 개발해 파는것이 목적이 아니였다. 강 교수에게 의료기기 개발은 환자에게 좋은 결과를 얻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환자에게만 잘 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힘들때는 내가 왜 이것을 시작했을까 생각했다. 완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비용이 발생하는 현 상황이 힘든것은 사실이다. 의료기기 분야 산업은 국익에 도움이 많이 되는 만큼 국가가 직접 투자를 했으면 좋겠다.”
회사가 자발적으로 자생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받는 방법밖에는 없다. 미국의 경우 유망한 회사에 대해서는 정부가 리스크를 안고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벤처 캐피털은 위험 감수를 하지 않고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회사에게만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교수는 의사들이 가장 꺼리는 흉부외과를 선택했다. 어려운 공부이고 힘든 분야이다보니 몇년째 전공의 지원자가 없는 과이기도 하다. 드라마틱 하게 환자를 치료해줄 수 있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그는 “좋아서 하는 것이다. 환자를 치료해주는 것은 대단한 보람을 준다. 의사는 환자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환자와 입장을 바꾸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환자를 대하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우리 아버지라면? 우리 어머니라면?'을 되물으며 환자를 대하는 그였기에 환자가 고통스럽지 않는 방법을 찾았던 그였기에 환자에게 유용한 의료기기 개발까지 이른 것이 아닐까?
대담=오희룡 교육문화부장
정리=김민영·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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