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농업 분야의 노벨경제학상을 꿈꾸며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발언대] 농업 분야의 노벨경제학상을 꿈꾸며

  • 승인 2016-11-13 11:24
  • 신문게재 2016-11-14 22면
  • 송미나 대전중앙청과 사장송미나 대전중앙청과 사장
▲ 송미나 대전중앙청과 사장
▲ 송미나 대전중앙청과 사장
알프레드 노벨(Alfred Nobel)이 노벨상을 제정했을 때 노벨 경제학상은 존재하지 않았다. 노벨 자신이 유언장에서 언급한 노벨상의 분야는 문학·물리·화학·생리·평화의 다섯 개 부문뿐이었다.

그런데 1968년 스웨덴 중앙은행은 설립 300주년 기념사업으로 노벨 경제학상의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그 결과 1969년부터 노벨 경제학상이 시상되었다. 따라서 노벨 경제학상은 엄밀히 말하자면 노벨상이 아니고 '알프레드 노벨을 기념하기 위해 경제학자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이런 이유로 인하여 노벨 경제학상이 과연 노벨상인가 하는 다소의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4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는 사이에 노벨 경제학상은 다른 노벨상들에 버금가는 권위를 가지게 되었다. 나아가 허버트 사이먼(Herbert A. Simon, 1978년 수상), 엘리너 오스트롬(ElinorOstrom, 2009년 수상)과 같은 정치학자뿐만 아니라 대니얼카너먼(Daniel Kahneman, 2002년 수상)과 같은 심리학자에게도 노벨 경제학상이 수여됨으로써 노벨 경제학상은 단순히 경제학뿐만이 아니라 사회과학 전체를 대표하는 최고의 상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올리버 하트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뱅트 홀름스트롬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가 공동 수상했다. 하트·홀름스트룀 교수는 다양한 문제를 분석하기 위한 포괄적인 틀인 '계약이론(contract theory)'을 발전시킨 공로로 201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모든 경제관계가 계약으로 이뤄져 있으므로, 계약이 투명하고 양측이 만족하는 합의가 도출될수록 사회의 효용이 증가한다는 이론이다. 현대 경제는 수많은 계약으로 묶여 있고 두 교수가 만든 이론은 실생활의 계약과 제도를 이해하고 계약을 고안할 때의 함정을 이해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특히 고용주와 근로자, 회사와 고객이 거래할 때 어떻게 최선의 계약서를 쓰는지, 계약을 통해 당사자들이 상호이익을 어떻게 보장 받는지를 보여줬다는 평가이다.

사실 어떠한 노벨상보다 노벨 경제학상은 우리 사회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좀 더 신선한 과일을 사고자 하는 소비자와 어제 남은 재고를 판매하고자 하는 가게 주인은 서로 계약을 한다. 조금 더 높은 가격을 주고서라도 오늘 출하된 신선한 과일을 살 수도 있고 가게 주인이 솔직하게 재고임을 밝히고 가격을 내려서 협상을 시도할 수 도 있다. 이러한 과정이 투명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재고를 비싸게 팔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이 가게 주인은 손님이 하나도 없게 될 것이다.

흔히 농산물 시장의 가격결정을 수요와 공급이 만나서 가격이 결정되는 가장 이상적인 완전경쟁시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의 비탄력성과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에 좌우되는 공급량에 의해 농산물 가격의 변동이 크다는 특이성을 가진다. 또한 농업은 환경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 산업으로서 긍정적 외부효과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노벨 경제학상이 나온다면 이러한 특이성을 가진 농업분야의 현상을 연구하는 결과였으면 좋겠다.

우리의 농업의 평균나이는 이제 60세 이상이 되고 있다. 동시에 젊은 사람들이 농업분야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무조건 농업 분야로 진출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 농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먼저 앞장서야 하는 것이고 이러한 흐름이 시작된다면 결국 많은 젊은이들이 농업에 뛰어들게 될 것이다.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는 농업의 수익성이 대단히 높아질 것이라는 짐 로저스의 말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농업 분야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 시작이 우리나라의 농업분야의 특이성을 연구한 노벨경제학상이 되면 어떨까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송미나 대전중앙청과 사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5.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