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 데일리폴리 정치연구소장 前 대통령 전담통역관 |
연일 각 단체들과 교수들 및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시위가 멈추질 않는다. 게다가 책임의 중심에 있는 대통령은 아무런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그것은 침묵이라기보다는 책임회피에 불과하다. 대통령이 자신의 책임과 입장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침묵해야 할 때가 있고, 입을 열어야 할 때가 있다. 그럴수록 국민들의 분노 게이지는 이미 최고선을 넘어서 있다. 작금의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냥 극히 평범한 민간인이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한 국가자체를 농간하는 동시에 대통령 이상의 권력을 가지고 불법적인 부를 축적하면서 여기까지 왔다면, 사실상 쉽게 수습되고 회복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최순실씨가 검찰에 소환되고 수사를 받으면서, 수석은 모든 게 대통령의 지시였다고 주장하고, 최순실씨는 모든 혐의에 대해서 철저하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 시소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 쪽이 자신의 혐의 사실을 부인할수록 반대편은 그만큼 무거운 혐의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 시소의 중심에 대통령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 사건이 드러나기 전에는 그들만의 시소를 즐기며 탔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그냥 단지 하나의 사건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헌법체계가 완전히 붕괴되었으며, 국가 시스템이 철저하게 무시됐고, 심지어 민주주의와 국가의 근간을 뒤흔든 전무후무한 상황이 아닐까 생각한다.
누군가 한명이라도 온전히 진실을 고백해야만 그나마 사건을 풀어나갈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데, 시소게임에서 자신에게 무게의 중심이 옮겨진 쪽 사람은 지금 그 무게중심을 분산 시키려고 여러가지 카드를 내놓을 것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국민은 안중에 없고 자신들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식의 막장드라마가 전개되고 있다.
대체 최순실이 어떤 사람이기에 대통령의 관저를 마음대로 드나들고, 대통령의 연설문에까지 손을 댄다는 말인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이 정부에게 국민이란 무엇인가. 산소와 물같이 그냥 자신들의 추악한 욕구를 성취하는데 필요한 일반적인 주변 환경일 뿐이다. 또한 정체성도 불분명한 자들에게 국가운영의 모든 것을 상의하고 오픈하고 조력을 구한 대통령은 과연 그것이 원리와 원칙을 중시하고 법치를 얘기하며, 창조경제를 주장하던 모습과 어떤 상관성이 있다는 말인가.
일명, 사이비 목사 일가에게 수 십 년간 모든 것을 농락당한 사람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란 말인가. 그래도 이해하려 안간힘을 쓰는 국민들이 있다. 그 불쌍한 민초들을 봐서라도 대통령은 즉각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내각을 교체하고 무슨 국정운영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민주주의에서는 다수결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국민 전체로 볼 때 대통령을 포함한 그 소수의 권력층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사람들이다. 이에 전 국민이 이렇게 고통 받고 상처를 받는다면 이미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소중하다. 지위여하를 막론하고 국민은 누구나 똑같이 소중한 존재이다. 대통령과 권력이 그 가장 기본적인 마인드도 없다면, 그런 정권과 대통령은 이미 국민들에게도 필요하지 않는 존재이다. 국민이 부여한 그 권위와 권력도 이제 내려놔야 한다. 더 이상 무엇을 망설이는가. 당사자인 당신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대한민국과 국민에게 더 이상의 좌절감과 수치스러움을 주지 말아야 할 결단이 필요하다. 이 사태의 가장 정확한 결론은 연일 보도되는 기승전순실이 아니라, 기승전대통령이어야 한다.
김민 데일리폴리 정치연구소장 前 대통령 전담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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