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지도부 퇴진’과 ‘비상시국회의 개최’ 요구
친박 ‘재창당준비위원회 발족’ 밑그림 반격 준비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새누리당의 분열이 심상치 않다.
지도부 사퇴 여부와 정국 수습 방안 등을 놓고 친박·비박계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양 세력은 세결집에 나서며 다가올 승부를 대비하는 모습이다.
비박계 의원들은 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임’(진정모) 연석회의를 가졌다.
이날 모임엔 소속 회원은 아니지만 정병국(5선)·김재경(4선)·나경원(4선) 등 3선 이상 중진의원들이 참석해 힘을 더했다.
그동안 이들은 각각 별도로 모임을 가졌지만 친박 지도부가 ‘버티기’에 나서면서 대응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당 지도부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는 한편 국회의원과 당 소속 시·도지사, 원외외원장 등을 포함한 ‘비상시국회의’를 개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황영철 의원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지금 지도부는 대한민국의 건강한 보수와 혁신의 가치를 지켜낼 수 없다”며 “당 해체를 포함한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고 밝혔다.
비박계 김학용 의원은 이날 의원회관에서 ‘각계 원로들과 함께하는 비상시국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엔 비박계 좌장 격인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해 이군현(4선)·김성태(3선)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요직을 지낸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 이각범 전 대통령 직속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장 등 각계 인사들도 참여했다.
이를 두고 비박계가 원외 세력을 규합해 친박계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김 전 대표는 토론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제일 시급한 것은 거국중립내각을 빨리 구성해 국정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라며 “그 일을 하고 난 뒤 현 지도부는 사퇴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비박계 움직임에 맞서 친박계도 반격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최순실 사태 이후 ‘버티기’로 일관하던 친박계는 박 대통령이 두 차례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국회에 총리를 추천을 요청하는 등 움직임에 나서자 이에 호응, 반전의 기회를 노리는 분위기다.
현재 친박계는 당 쇄신책 일환으로 ‘재창당준비위원회’ 발족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창당준비위원회는 김무성ㆍ심재철ㆍ원유철ㆍ이주영ㆍ정갑윤ㆍ정병국 의원 등 5선 이상 중진 7명과 4선 중 원내대표를 지낸 유승민ㆍ최경환 의원을 포함한 ‘9인 체제’ 구상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재창당준비위원회에 대해 “검토된 바 없다”,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라며 선을 그었지만 친박계 의원을 포함시켜 당내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편 새누리당 초선 의원 17명도 이날 국회 본청에서 조찬 모임을 갖고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에 따른 현재 당 분열이 분당사태로 이어져선 안된다는데 뜻을 모았다.
모임에서 당 지도부의 사퇴를 촉구하는 요구나 책임론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정태옥 의원은 모임 직후 브리핑을 통해 “여러 의원이 당내 균열이 가서는 안된다는 우려를 표했다”며 “이대로 가서는 책임 있는 여당의 모습을 보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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