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 마샬, 사이, 2016 刊 |
대중도서 중 지리 관련 책이 많지 않은 요즘, 최근 <지리의 힘>을 재미있게 읽었다. 동시간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관념적 글로벌시대, 물리적 지리를 잊고 있다 지리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저자는 25년 동안 30개 이상의 분쟁 지역을 직접 현장에서 취재하면서 국제 문제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해왔다. 세계를 분석하는데 여러 가지관점이 있지만 저자는 '지리라는 렌즈'를 통해 세계를 조망한다. 지리가 우리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어떻게 세계의 정치와 역사를 좌우하는지 보여주며 21세기에도 여전히 지리가 인류의 생활을 결정짓는 주된 요소라는 사실을 밝힌다.
이 책은 중국, 미국, 서유럽, 러시아, 한국과 일본,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중동, 인도와 파키스탄, 북극 등 전 세계를 10개의 지역으로 나눠 설명한다. 특히, 지역들 중 지정학적 가치가 높고 그런 이유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곳을 중심으로 21세기 현대사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설명한다. 외국 책에 한국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이 책에서 한국의 지리적 위치와 앞으로의 전망을 설명한다. 한국은 지리적 위치 때문에 강대국의 경유지가 되어 수세기에 걸쳐 정복과 점령, 약탈의 대상이 되고, 복잡하지 않은 한반도의 지형 때문에 남과 북 사이의 인위적은 분단 또한 가능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나라의 역사가 고난의 역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객관적으로 다시 한 번 확인하니 가슴이 아팠다.
큰 땅덩어리를 가지고 있는 중국은 왜 그렇게 탐욕스러울 정도로 바다에 집착해 영유권분쟁을 일으키는 이유를 설명한다. '해양 강국'을 꿈꾸는 중국의 지정학적 욕구로 분석한다. 4000년의 역사 동안 대륙국가에 안주해오다 식민지가 됐던 중국이 새로운 패권국 지위를 위해, 해양에 대한 필요성에 눈을 떴기 때문이다. 21세기에는 해군력이 없이는 패권국이 될 수 없고 해상항로의 확보 없이는 무역의 주도권을 쥘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미국은 왜 강대국이 될 수 있었는지, 소련은 왜 크림반도에 목을 매는지, 알카에다와 달리 IS는 왜 영토를 장악해 나가는지, 영국은 왜 EU에서 탈퇴하고 고립을 선택하는지 등 이슈가 되는 부분을 설명한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북극의 부상이다.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커다란 땅덩어리 북극은 아직 누구의 주인도 아니기에 21세기 갈등과 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가장 커다란 뇌관이라고. 그래서 저자는 북극에 발을 딛고 있는 나라들이 협력하고 소통하여 합의된 규칙을 만들어 갈등을 줄여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제법 두껍지만 명민한 솜씨로 광범위한 재료를 이해하기 쉽고 조리 있게 다루고 있어 가독성이 매우 좋다. 이 책을 읽고 국제 뉴스나 기사를 읽어보자. 국제 뉴스 헤드라인 밑에 깔린 맥락이 이해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김해정 한밭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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