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양군 장승리 2구 마을 주민들이 인근 도로 공사의 터널 발파 작업으로 가축 폐사와 유산, 산란율 저하, 주택 균열, 지하수 고갈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
청양 강정리 주민들이 수년째 석면 피해로 고통 받고 있는 가운데 인근 또 다른 마을에서는 터널 공사 때 사용하는 폭약으로 인한 피해에 몸살을 앓고 있다.
가축 폐사부터 주택 균열, 지하수 고갈까지 주민 생활과 밀접한 피해들이 확인되고 있다.
건설사와 감리단 측은 민원 전화 대응에는 적극적이지만, 막상 보상 여부에 대한 설명이 되지 않아 주민들만 속을 앓고 있다. 청양군은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민원 해결을 약속했다.
9일 시공사인 한진중공업과 감리단, 청양군민들에 따르면 2014년 4월 28일부터 청양군 장승리 등 마을 주변에서는 보령-청양(2공구) 도로건설공사(5.74㎞)가 진행 중이다.
이 중 기존의 구불구불한 길을 개선하기 위한 1.37㎞ 길이의 여주재터널 공사에서는 산 중심부를 뚫어 가로지르기 위한 발파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발파를 위해서는 모두 6가지의 폭약이 쓰인다.
건설사는 터널공사에서 20㎏∼280㎏ 상당의 폭약을 사용해 1m∼4m씩 전진할 수 있다. 높이는 한 번에 1.6m∼7.2m까지 뚫린다.
문제는 발파 작업 시 ‘우두두두’ 천둥소리 같은 폭발음과 진동이 인근마을로 직접 전달된다는 점이다. 여기에 덤프트럭이 깨진 암반을 옮기고 내려놓는 과정에서 ‘쿵’ 하고 발생하는 소리와 진동도 만만치 않다는 주민들의 설명이다.
장승리 2구 주민들은 이 폭발 여파로 크고 작은 각종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60대 주민 A씨는 “발파작업으로 집 6군데에 틈이 눈에 보이는 금이 갔고, 소리와 진동에 놀란 소들이 펄쩍펄쩍 뛰다가 축사 모서리에 무릎 등을 부딪쳐 수술까지 받았다”며 “마을 4개의 샘 중 1곳은 아예 고갈되고 3곳은 수위가 낮아져 사실상 생활용수로 사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 곳곳에 금이 간 A씨의 집. |
40대 주민 B씨 역시 “마을 소가 죽고 유산이 빈번해졌으며, 닭은 산란율이 눈에 띄게 감소하는 등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장승리 2구에는 양지말과 음지말, 산수동, 심곡동, 신대동, 마근동 6개 부락에 70여 가구 200여 명의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는데, 부락마다 모두 크고 작은 피해가 있다는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 부상당해 수술 받은 소를 가리키는 주민. |
주민 C씨는 “건설사와 감리단에 전화하면 즉각 나와서 피해를 확인하고 사진 찍고 친절한 활동은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지난 8월 중순에 파 준다는 샘(지하수 관정)은 3개월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고, 앞서 지난 5월까지 확장해 준다고 하던 공사장 인근 마을 진입로 공사도 기약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D씨는 “2014년 주민 설명회 이후 특별한 설명회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자세한 안내가 없어 우리는 공사 진행과 보상에 대한 내용을 알 길이 없다”며 “군에서든 업체에서든 주민들에게 정기적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소통이 있어야 할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현재 터널 굴진 작업은 보령방향 60m, 청양방향 105m 상당이 남은 상태다.
취재에서 업체와 감리단, 청양군 측은 적극적인 민원 해결을 약속했다.
업체 관계자는 “주민 민원을 감안해 최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160㎏ 정도의 화약만 사용해 한 번 할 일을 두 번에 나눠 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피해 상황을 모두 사진 등 자료로 남겨 보험사 측(메리츠화재)에 보내 발파 작업이 완료되면 손해사정인의 조사 후 가축 피해와 건축물 균열에 대한 일괄 보상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며 양해를 당부했다. 발파 공사는 내년 2∼3월께 종료 예정이다.
해당 감리단장은 “다음주 중 대전국토관리청과 협의해 특이사항이 없다면 바로 관정 파기 시작해 다음달(연말)까지 마무리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준배
▲ 지하수 고갈을 하소연하는 주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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