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면<사진> 대전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의 업무 일정이 최근 더욱 분주해졌다. 상수도 고도정수처리시설의 민간 투자를 두고 '민영화'라는 주장이 맞지 않다는 입장을 시의회 등 각 단체를 찾아가 일일이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본부장은 소유권이 대전시에 있고 요금 결정권도 시장에게 있는 만큼 민영화와는 엄연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시의 재정여건 등을 고려하면 10년 이상 지연될 재정사업보다는 민간위탁의 방식의 민간투자사업이 지닌 강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제한 뒤 “시설의 노후화와 수질이 저하되기 전에 어떤 것이 시민에게 이익이 되는 지에 대해 검토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을 만나 최근 이슈가 되는 상수도 민간투자 논란에 대해 들어봤다.
-상수도 고도정수처리시설의 민간 투자를 두고 민영화 논란이 일고 있다.
▲민영화라는 것은 법적으로 맞지 않는다. 수도법에 따라 민영화가 불가능하다. 관리 주체가 자치단체장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단지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방식은 가능하다. 다만, 참여하는 자본에게 수익성은 보장돼야 하기에 25년간의 운영권을 주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시가 운영하고 있는 기존 표준정수처리시설로는 질소와 인 등 수돗물의 맛과 냄새를 변질시키는 오염물질 제거에 한계가 왔기에 고도정수처리시설을 도입하게 됐다. 이 가운데 지난해 8월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으로부터 투자 제안을 받았고, 컨소시엄 측이 준공과 동시에 시에 시설을 기부체납하되 25년간 권리를 받아 운영 후 시에 귀속하는 방식이다.
-민영화와 민간 위탁의 차이는.
▲민영화는 정부나 지자체 시설의 소유권을 민간에 이전하고 운영권을 주는 것을 의미하고, 민간 위탁은 소유권 이전 없이 시설 운영권만을 주는 것이다. 개념 자체가 다르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1년 환경부의 상하수도 민영화 추진계획을 근거로 민간위탁운영, BTO를 민영화로 주장하고 있지만, 환경부의 민영화는 정수장 신철 전체 또는 상수도 사업 전체를 위탁관리, 민자유치, 매각하는 것이지 시설만 민간이 운영하는 것은 민영화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민간 투자 검토의 배경은.
▲무엇보다 신속한 사업 추진으로 안전한 수돗물을 시민에게 적기에 공급하자는 취지에서다. 기상 이변 등 대청호 수질상태를 고려하면 고도정수처리시설 도입이 시급하다.
이런 상황에서 민자 제안이 왔고, 열악한 재정사업으로 추진하게되면 최소 10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 반면, 민간 자본을 투입하면 3년 내 추진이 가능하다. 피맥(PIMAC)의 적격성 검토 결과, 민간투자 사업 추진 때 경제성과 적격성 모두 확보된 것으로 분석돼 예산 절감의 효과도 기대된다. 시민들의 요금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고도정수처리시설 설치에는 재원이 필요하고, 수도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피맥 분석에는 민간투자 사업이 수도요금 인상을 초래하더라도 재정사업보다 233억원의 절감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당초에는 재정사업으로 추진하지 않았나.
▲수도정비기본계획에 월평정수장(시설용량 60만t)이 반영돼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시의 재정형평상 1단계 20만t과 2단계 40만t에 대한 고도정수처리시설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시는 민간 투자사업을 우선 추진하되 급수인구 증가상황에 따라 20만t 재정사업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1단계 시설의 실시설계용역을 설계의 경제성 검토와 건설기술심의 등 행정절차 이행과 민간투자사업 추진 여부 결정 때까지 일시 정지시킨 상태다.
-다른 지자체의 경우 국비로 추진된 경우도 적지 않은데.
▲타 지자체 가운데 일부는 국비로 했다. 지역발전특별회계를 예산을 받아 시행한 것이다. 순수한 국비는 환경부도 못한다. 환경부 측에서는 국비 지원은 불가하고 지역발전특별회계 활용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법적인 근거가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활용키 어렵다는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시의 경우 320억원 가량의 지역발전특별회계가 있다. 그러나 이 금액을 전부 고도정수처리시설 설치에 투입할 수 없다. 시가 소규모 주민 밀착형 사업에 우선 활용하고 있다. 올해만도 문화시설 확충과 주차환경 개선, 전통시장 개선 등 46건의 사업에 쓰이고 있다.
지특회계로 이뤄진 송촌 1단계 시설 개량 공사도 3년에 걸쳐 100억원 정도만이 지원됐고, 민간 투자로 하면 시 부담금 가운데 일부는 지특회계로 지원하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도정수처리시설 도입에도 활성탄 공급 등의 한계로 제기능 상실 우려가 나온다.
▲고도정수처리시설내 활성탄여과지에 쓰이는 활성탄은 석탄계와 야자계가 있는데, 주로 석탄계 활성탄이 사용된다. 다만, 활성탄의 원자재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고 대체품이 없어 수입에 의존해야 하고, 중국에서 만든 완제품을 수입하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대전 송촌 1단계 시설 개량공사에서 도입, 사용하고 있듯이 현재까지 공급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품질 부분에서도 외국현지 공장을 방문해 시료를 채취해봤고, 공인기관에서 반입 전·후로 두 차례 시험을 거쳐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은 활성탄을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다.
-시설 도입 후 요금인상 여부는.
▲수도 요금은 시가 직접 건설, 운영하더라도 인상이 불가피하다. 재정이든 민간이든 시설 투자 탓에 오를 수밖에 없다. 현재 시의 수돗물 생산원가는 1t당 587원으로, 판매 단가인 513원에 비교하면 원가가 더 비싼 구조다. 이 가운데 정부의 공공요금 현실화 방침에 따라 올해부터 내년까지 73원 가량의 수도요금 인상이 있을 예정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피맥의 분석 결과, 민간 투자가 재원이 덜 들고, 1t당 요금 인상의 폭도 69원으로, 재정사업보다 12원 가량 낮다. 또 요금 인상은 의회 승인과 소비자정책위원회를 거쳐 시장이 결정하는 만큼, 사업자가 임의로 인상할 수 없다.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만큼 오르지 않을 것이다.
-끝으로 대전시민과 중도일보 독자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민간 투자 제안방식은 민영화가 아니라 민과 관이 공동투자해 시설을 설치, 운영하는 민간 위탁이라는 점을 시민들께서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피맥에서 재정사업보다 절감효과가 높다는 분석과 함께 대청호 관련시설의 노후화, 급속한 수질 저하에 대비해 10년 이상 지연되는 재정사업보다는 민간위탁 방식의 민간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본부는 설명회나 토론회 등을 통해 시민들께 사업의 당위성을 충분히 설명드릴 것이며 공감대를 갖고 사업을 조속 추진해 질 좋은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드린다.
대담=박태구 사회부장
정리=강우성·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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