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비움으로 얻는 삶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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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비움으로 얻는 삶의 행복

  • 승인 2016-11-07 11:09
  • 신문게재 2016-11-08 23면
  •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빨강 노랑 파랑이 어우러진 가을색이 참 곱다. 유난히도 덥고 지루했던 올여름 폭염과 소리 없이 왔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진과 태풍. 그래서 살며시 우리 곁에 다가선 가을이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짧게 지나가는 결실의 계절이 아쉽게 느껴지기 전에, 가을이 주는 풍요로움과 화창한 아름다움을 마냥 즐겨야겠다.

우리는 늘 시간에 쫓기는 삶을 살고 있다. 경력이 쌓일수록 스트레스는 커져가고, 육체적 피로와 마음의 상처가 겹쳐 결국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진다. 일전에 책상 위 복잡한 서류와 서랍 속 잡동사니를 모두 정리하고 나면, 정신이 맑아지고 기분이 좋아진 경험이 있다. 최근 '최소한을 소유하는 삶을 살자'는 미니멀 라이프가 주목받으면서 버리고 정리하는 열풍이 불고 있다. 즉 단순하고 간결하게 살자는 것이다. 인생에서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보다는 '내 삶에서 과연 무엇을 얻었나'가 중요하다.

미니멀 라이프의 시작은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는 것이다. 갖고 있는 물건의 수를 줄이면 그만큼 시간의 여유를 갖게 된다. 하지만 물건을 버리는 일은 정말 번거롭고 힘든 일이라는 것을 누구나 실감한다. 물론 비우다 보면 한계를 고민하게 된다. 어디까지 버릴 것인지 기준은 각자 정하기 나름이다. 계속 버리다보면 다시 사고 싶은 욕구가 생기고, 이를 반복하면 결국 포기하게 된다. 마음의 관성은 집착에서 비롯된다. 버리는 데 집착하면 반드시 새로 채우려는 욕구가 찾아온다.

물건을 버린다고 저절로 생각이 바뀌고 삶이 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먹고 입고 쓰는 생활습관의 변화, 원하지 않는 관계의 정리 등으로 곧 범위를 넓히게 된다. 결국 비움으로써 얻는 삶의 행복을 경험하게 된다. 때문에 삶에서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되새기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노력이 바로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습관이다. 다행히도 불필요한 것을 없애면 긍정의 에너지를 얻는다. 채울 수 없어서 불행한 소유욕을 버림으로써 자유를 얻고, 소중한 가치에 더욱 집중함으로써 만족을 얻고, 당면한 문제의 근본 원인을 성찰해 해결하도록 돕는다.

미니멀 라이프는 삶에서 '소중한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다. 식탁에선 간소하고 단순한 조리 과정을 거친 음식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천천히 음미하며 먹는 것이다. 퇴근 후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과정은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시간이 된다. 잘 먹는 것은 좋은 음식을 즐긴다는 뜻이다. 유기농 식재료로 만든 소박한 집밥에 집중하는 이유다. 단순한 조리를 하는 만큼 꼭 필요한 몇 가지의 기구가 있는 간소하고 기능적인 주방이면 충분하다.

비움 목록에는 시간도 필요하다.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일에 쓰는 시간이 문제다. 늘 바쁘기만 한 자신의 하루를 되짚어 보자. 일하는 틈틈이 인터넷을 뒤지고, 업무 중 지인들과 SNS 하는 시간이 적지 않을 것이다.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마다 시간을 소비하고 피로는 더 쌓여가기 마련이다. 어떤 일에 시간을 쓸 것인지 우선순위를 정하면 삶의 목표가 분명해지고 집중하는 힘이 커진다. 그러나 시간 정리를 통해 여유가 생겼다고 다시 새로운 계획으로 꽉 채우는 것은 좋지 않다. 몸과 마음이 쉬는 시간을 충분히 즐길 때 정말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고, 새로운 계획과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가을이 익어간다. 저 너머 겨울이 다가오려고 서두르고 있다. 최소한의 소유로 정신적 만족을 추구하는 삶조차 한낱 유행이 되는 모습은 아쉽다. 하지만 실천을 통해 삶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하는 점은 긍정적 효과를 낳는다. 곧 가치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소비주의에 대한 전반적인 반성과 함께 후세와 지구환경을 생각하는 다양한 방식의 윤리적 소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요즘처럼 가슴 답답한 일상 속에서도 어떻게든 웃음을 되찾고 싶고,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고 스스로 다독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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