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운하 경찰대 교수부장 |
무엇보다도 대통령 스스로 '검찰조사는 물론 특검을 통한 수사까지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제는 수사의 시점과 방법만이 남은 과제가 됐다.
또다시 '기승전 검찰'로 귀결되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이번에는 또 얼마나 상처를 받아야 할까. 불과 며칠 전까지 검찰의 최순실 특별수사본부장은 “대통령은 수사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법무부장관은 “대통령은 수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다수설”이라고 했다. 그런 검찰의 수사결과를 참담한 심경으로 지켜보아야 하는 국민 모두가 안쓰럽다.
사실 최순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과정에서 검찰은 이미 중대한 과오를 범했다. 2014년 연말에 있었던 이른바 '정윤회 문건' 관련 수사에서, 검찰은 문건의 내용보다는 유출에 초점을 맞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검찰이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의혹이라는 문건내용에 대해 '찌라시를 짜깁기한 것'이라는 결론 대신 그 진위여부에 대해 철저하게 파헤쳤더라면 지금의 국가적 재앙이 초래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검찰은 수사의 주체인 동시에 수사의 대상이다. 검찰은 자신들의 잘못만은 아니며 검사들의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누군가의 압력과 조종에 의한 것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그 잘못이 적어도 범죄를 구성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국민의 눈높이에서는 당시의 부실수사가 지금의 거대한 게이트로 진화됐다는 점에서 검찰의 잘못은 거악 그 자체다.
검찰이 독점적 수사권을 활용해 스스로 거악이 되는 경우는 사건을 덮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권력의 지시에 따라 과잉수사를 벌인다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작년의 포스코 수사는 무려 8개월을 끌었지만 별다른 성과없이 기업만 어렵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 정권 인사들의 비리를 캐기 위한 보복성 표적수사라는 뒷말을 낳았다. 올해 롯데그룹 수사 또한 4개월 동안 대규모 인력이 투입돼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애꿎은 자살만 부르고 용두사미로 끝났다. 수사의 ABC라 할 수 있는 수사의 조건 즉 수사의 필요성과 필요 최소한이라는 수사비례의 원칙이 무시된 수사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통령의 레임덕을 막고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무리한 표적수사였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포스코 수사에서도, 롯데 수사에서도 검찰의 누구도 부실 수사 결과에 대해 책임지지 않았다.
검찰의 과잉수사, 표적수사의 대상은 대기업뿐만이 아니다. 권선택 대전시장의 선거법 위반 사건도 애초부터 야당 광역단체장에 대한 무리한 표적수사라는 비판이 있었다. 위법한 압수수색,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 망신주기식 공판으로 숱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음은 물론 최종적으로는 무죄에 가까운 판결이 났지만, 수사 결과에 대해 책임진 사람이 있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오히려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 중에는 그 공로로 영전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대법원의 일부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로 권 시장은 시장직을 유지하게 됐지만 이미 2년여 동안 대전시정의 동력이 떨어지는 등의 회복할 수 없는 유·무형의 피해를 입은 뒤였다. 시장이 수사와 재판에 불려다니는 동안 대전시민이 입은 피해 또한 적지 않다.
이처럼 검찰이 오로지 권력의 말을 들을 뿐, 범죄와 다를 바 없는 수사권 남용을 저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하던 중 '혼외자 파동'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검찰이 권력 말을 잘 듣는 이유는 '인사권'이라고 설명한다. 말 잘 들으면 승진시키고, 말 안 들으면 물 먹이고 하다 보면 권력에 납짝 엎드리게 된다는 것이다.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수사가 현실로 다가온 지금 온 국민의 눈과 귀가 검찰에 쏠리고 있다. 검찰은 수사팀을 확대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사권을 가진 대통령의 잔여임기는 1년 4개월이 남았다. 승진시켜주고 좋은 보직을 챙겨준다면 무슨 일이든 한다는 검사들이다. 마침 신임 민정수석으로 실력과 인품 모두에서 검찰 선후배들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다는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이 임명됐다. 검찰도 살고 국가도 살고 국민도 공감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발휘되길 기대한다.
황운하 경찰대 교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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