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영주 한국화학연구원 대외협력본부장 |
우주 빅뱅의 잔향을 우주시그널로 상징화해 표현한 작품, 우주공간의 행성 탐험의 도전성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작품, 보이지 않는 우주의 물질이 어떻게 구성되고 운행되는지를 시각화한 작품, 우주와 지구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측면을 탐색한 작품 등 다양한 과학예술융합 창작물들을 한 편의 영화처럼 스토리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우주만물과 관련한 어려운 과학적 지식과 법칙을 예술로 어렵게 풀었다기보다는 흥미로운 우주 공간을 상상력으로 덧칠하여 감흥이 있는 예술작품으로 창조한 느낌이었다. 보다 심도 있는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기대했던 분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시민들이 가족과 함께 예술작품을 감상하면서 우주와 과학의 감흥을 느끼고 즐길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여러 가지 가능한 시도 중의 하나일 것이다.
많은 과학자들에게도 코스모스전의 과학예술융합 작품을 보면 실험실에서 예술가들의 창의성이 과학연구에서의 상상력과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할 것이다. 예술가들은 과학적 지식과 과학자들과의 교류로부터 다양한 상상력의 소재를 획득한다. 이러한 만남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과학연구의 깊이와 상상력을 배가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또한 과학이 어려운 지식이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즐기는 문화라는 인식이 확대될 것이고 과학자나 시민들이 함께 소통하고 연구도 같이하는 방법에 대한 영감도 얻을 수 있다.
대전은 그런 측면에서 참으로 많은 가능성을 가진 도시이다.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중심으로 40년이 넘게 구축해온 과학적 기반은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사회적 문제해결에 접근하며 세계적 수준에 이르고 있고 이 과정에서 과학자와 시민의 소통을 추구하는 새로운 과학문화의 흐름들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대전시립미술관은 이번 코스모스전 이전에도 아티스트프로젝트와 함께 프로젝트대전이라는 이름으로 2012년부터 에네르기전, 더브레인전 등의 격년제 과학예술융합전시를 지속적으로 치러내고 있다.
대전문화재단은 올해 대전의 과학자와 예술가가 협업해 작품을 만들고 전시하는 아티언스프로젝트를 시각예술과 더불어 음악, 연극, 영화 등 다양한 형태의 예술전시와 토크콘서트가 대흥동 원도심을 중심으로 다채롭게 만들어냈다. 한편 올해 사이언스페스티벌에서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를 중심으로 처음 개최한 세계과학문화포럼은 과학자와 시민이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주제로 다양한 공부와 만남의 장이 열리기도 했다.
대덕연구개발특구의 과학적 기반과 과학축제역량, 대전시립미술관, 대전문화재단, 원도심을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예술적 역량이 서로 소통하고 융합하면서 새로운 과학예술의 세계를 열어갈 수 있다면 대전은 명실상부한 과학도시로서의 정체성과 가치를 확장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대전의 과학예술은 과학문화의 한 축으로 기능하면서 사회전반의 과학적 합리성을 제고하고 시민들의 보편적 삶의 질과 문화적 다양성을 향유하게 하는 품격 있는 도시로의 발전에 촉매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전 세계 과학자와 예술가들이 가보고 싶은 명실상부한 과학도시로서의 명성과 위상을 획득하게 해줄 것이다.
그러한 가능성을 촉진하기 위해 대전에서 다양하게 발전해온 과학과 예술, 과학예술의 에너지와 역량을 모아 비엔날레 형태의 대전발 세계과학예술축제를 제안해본다. 그것은 단순히 일회성 행사나 특정한 공간에서의 폐쇄적 행사가 아니고 시민, 상인, 과학자, 예술가, 관련 전문가들이 함께 연중 어느 곳에서나 지속가능한 일련의 열린 프로그램으로 기획한다면 우리는 과학예술을 갤러리, 카페, 공연장, 연구소, 도서관, 길거리, 각자의 일터 등 대전의 전역에서 늘 마주하며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세계과학예술축제는 그러한 노력의 집약적 표현이 되어야하고 그럴 때 전 세계 여행객들의 마음도 사로잡는 멋진 축제로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힘겹게 그렇지만 집요하게 대전 과학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함께 모여 지혜를 모아 대전 세계과학예술축제의 새로운 시작을 여는 그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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