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미 코치진들이 이 사건을 덮으려했다는 사실이었다. 선수촌 에서는 몇 개월 전부터 이번 사건이 공공연하게 알려져 왔다. 일부 선수들이 코치진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만,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사건이 불거지면 안 된다며 묵과했다는 것이다. 동료 선수들의 알몸을 촬영하고 그걸 타인에게 보여준 행동. 젊은 혈기를 주체하지 못해 저지른 실수나 장난이 아니다. 근데도 이 끔직한 범죄는 ‘세계평화를 추구한다.’는 올림픽을 이유로 묵인됐다. A씨의 행동도, 코치진의 대응도 저질스럽고 불쾌하다.
그동안 몰카 범죄는 끊이지 않고 문제시 되어왔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가해자가 표면적으로 특이점을 찾을 수 없는 사례도 많다. 2013년 고려대학교 모 교수는 여성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다 붙잡혔고, 지난 해 헌법재판소 모 연구관은 지하철 몰카를 찍다 붙잡혔다. 여성 다리만 7000여회 찍다 적발된 IT중견기업의 차장도 있었다.
범죄에는 나이도 직업도 관계가 없었다. 하지만 특정 분야에서 소위 엘리트라 불릴만한 이들의 몰상식함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살인, 강도, 성폭행 등 범죄의 가해자는 어떤 특징이 있을 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들에게는 사회에서 받은 멸시로 악에 바친 이, 사업실패 등의 이유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이, 정신적으로 불안정해 바른 성의식이 부재한 이 등의 ‘비정상’을 암시하는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몰카는 다르다. 이런 특이점을 찾을 수 없는 정상인들이 유독 많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고, 조금이라도 경시할 문제가 아니라는 소리다. 몰카 범죄는 피해자가 즉각적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가볍게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눈에 보이지 않아 지나쳐 버린 피해자는 수천만 명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여성들이 몰카에 얼마나 노출돼 있으며, 그 심각성이 얼마나 가볍게 여겨지는지 짐작할 수도 없다.
이번 몰카 사건을 덮은 이유는 올림픽이 아니다. 굳이 올림픽이 아니었어도 ‘그냥’ 묵인될 수 있었다. 올림픽은 좋은 핑계거리였을 뿐이다. 우리에게 몰카 범죄란 그 정도 심각성을 가진다는 의미다. 어쩌면 10분전에 다녀온 화장실에서 이미 나는 몰카 피해자가 됐을지 모른다./전밈영 미디어아카데미 명예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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