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돌아. 이거 잡아. 나를 봐.”
본인들도 한국어에는 반말과 존댓말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듯 했다. 그냥 모르는 척 반말을 사용하는 듯 보였는데 오히려 반응이 좋은 듯 했다. 하나도 떨리는 기분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 귀엽다고 해주자.
나까지 총 4명의 손님. 비디오 촬영자들과 손님과 같이 뛰어내리는 전문가이드까지 총 11명이 경비행기를 타고 고도 5000m로 올라갔다. 친절한 가이드는 올라가는 동안 장난을 쳤고, 덕분인지 긴장하나 하지 않고 올라갈 수 있었다. 체코의 풍경이 저점 작아지더니 구름을 지나고 나니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뛰어내릴 시점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경비행기의 문이 열리고 앞에 두 사람이 뛰어내리자 갑자기 극도의 긴장감이 몰려왔다. 가이드가 번쩍 일어나서 문 ㄱ근처로 가자 나는 가이드에게 대롱대롱 메달려 소리를 질러댔다.
“cancel! Cancel! I wanna cancel!"
"hold on your safe belt!"
취소하겠다고 소리치는 내 외침을 무시하고 안전 줄이나 꽉 잡으란다. 가이드는 내 의견을 수렴 해 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열린 문 밖에 구름이 보였다. 바람이 거세게 볼을 스치고 지나가는 중이었고, 사진 담당 가이드는 이미 비행기 밖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다리랑 고개를 뒤로 젖히라는 말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시키는 대로 했다.
뚝.
훅 떨어졌다.
정말 훅.
떨어진다. 떨어지는 중 이었다. 떨어질 때는 ‘떨어진다’는 기분을 모를 정도로 눈 깜짝할 새 아닌가? 그런데 내가 떨어진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초속 몇 키로로 떨어지고 있는 걸까? 차가운 바람이 손과 볼을 강타했다. 저항력 때문에 손을 자유자제로 움직이기가 힘들었고 입도 한번 벌리면 다무는데 안간힘을 써야 했다. 얼마나 빠르게 지면으로 가까워지는지 상상할 수도 없었다. 금방이라도 정신을 놓으면 땅으로 박힐 것 같았다.
죽기 전에 내가 ‘떨어지고 있다’는 기분은 묘했다. 떨어진다. 떨어지고 있다. 구름이 점차 가까워지더니 구름 속으로 쏙 들어갔다. 몇 초 동안 안개에 쌓인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얀 구름이 걷히고 마을들이 보였다. 곧 낙하산이 펴졌다. 다리에 엄청난 충격과 함께 속도가 급격히 느려졌다.
이제야 안심이 됐다. 땅에 도착하고 나니 귀가 아프고 어지러워서 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비틀거리면서 정신없이 기념사진을 찍고 정신을 차리니 모든 과정이 끝나 있었다. 패러글라이딩 할 때랑은 느낌이 달랐다. 패러글라이딩은 제 정신에 감탄할 수 있다면, 스카이다이빙은 다 끝나고 땅에 주저앉아 감탄한다.
“살아서 만났네요.”
무사히 내려온 같은 조 사람들과 인사했다. 못생김이 듬뿍 묻어나는 사진을 확인하며 아직도 들떠 있는 감정을 추슬렀다. 버킷리스트 중 하나. 체코에서의 스카이다이빙이 이렇게 끝났다. /전민영 미디어아카데미 명예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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