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1년 동안 일하면서 영어를 잘하게 됐어. 나처럼 워킹홀리데이를 가봐. 훗날 기업에선 네 그런 경험들을 굉장히 선호 할 거야.”
“음... 네가 이해하기는 힘들겠지만 한국정서는 달라. 한국에서 취직 할 회사와 연관성 없는 경험을 시간 낭비로 평가하는 경우가 더 많아. 예를 들어서 내가 언론인이 되고 싶은데, 1년 동안 외국에 살다 왔다면 그건 언론직과 연관성은 없잖아? 오히려 마이너스야.”
“왜?”
“아직 한국은 그래.”
그 친구는 정말 이해 안 된다는 얼굴이었다. 한국의 빡빡한 인생 코스를 유럽 애들한테 이해시키기란 힘들었다.
“20대는 자유롭게 보낼 수 있어. 결혼을 하기 전까지 네가 하고 싶은 일 다 해봐. 시간은 많아.”
철저하게 ‘하고 싶은 건 하면 된다’는 주의였다. 실제로 이 친구도 16살 때부터 일을 시작해서 21살인 지금 벌써 5년 째 일을 하는 중이었다. 평범한 회사에서 일하다 싫증이 나서 호주로 1년 동안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다. 그 후에는 조미료 개발 직에 취직했다고 한다. 한국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절차가 있다. 나이에 따라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절차를 기본적으로 밟아야 한다. 자유로운 이들에게 이런 삶을 이해시키기란 힘들었다. 물론 어디에도 그런 절차에 대한 규정은 없으니까.
“한국은 캐나다랑 다르지 않아? 너네는 계속 열심히 하라 그러잖아. 더, 더, 열심히 앞만 보고 가라 하는 게 한국문화잖아.”
로마에서 만난 캐나다인 니코는 한국을 이렇게 말했다. 우리를 이해 해준다는 생각에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사실 국가의 문제는 아니다. 개인의 가치관 문제인데 한국정서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인지 내 안에서도 ‘내가 얽매여 있는 진짜 이유가 뭔지’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누군가가 친구들이 왜? 라고 물을 때 내가 정확히 설명할 수가 없다. 어쩌면 나조차도 이 문화에 따를지 말지는 내 선택임을 무의식에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한국 문화를 이해시키기가 힘들다. 주어가 꼭 ‘외국인들에게’는 아니다. ‘한국인들에게도 한국문화를 이해키기는 힘들다./전민영 미디어아카데미 명예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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