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한국은 듣기, 말하기보다 읽기랑 쓰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거든. 그리고 한국 주변에는 영어를 쓰는 국가가 별로 없어. 그래서 주변 국가를 여행하더라도 영어는 잘 안 쓰다 보니 연습할 기회도 적은 것 같아.”
오르비에토 피자집에서 만난 한 이탈리아인이 나에게 물었다. 나도 10년 넘게 영어를 공부했지만 자신 없는 게 사실이다. "Hi, My name is Minyoung Jeon"을 초등학교 때부터 배웠는데 써 먹을 기회도 없었다.
대학시절 내내 다른 활동을 한다고 남들 다 가는 해외어학연수 한 번 안 갔다.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 아주 조금이라도 외국인들과 영어로 대화한다는 자체가 신났다. 하지만 간단한 대화가 끝나면 주제는 급격하게 어려워졌다. 빨라지는 대화속도 역시 감당하기 어려웠다. 사대방의 말을 대충 이해하더라도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하고 싶은 말이 머릿속에서 전환이 되지 않았다. 나도 이런 내 자신이 답답한데 상대방은 어떻겠는가.
“너 어디 사람이야?”
“나 이탈리아. 밀라노 근처에 있는 소도시에서 왔어.”
“근데 영어 되게 잘한다.”
“왜? 영어 잘하는 이탈리아인은 평범한 게 아니야?”
“응, 영어 잘 못 하던데?”
나폴리 호스텔에서 만난 (이름이 기억 안 나는)친구는 영어를 꽤 잘했다. 나폴리로 오는 동안 기본적인 영어도 통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던 나는 깜짝 놀랐다. 호스텔에서 만난 이 친구는 억양이 독특했지만 꽤 영어를 잘했고, 반가운 마음에 영어 잘한다고 한 말이 마치 내가 ‘나는 영어 잘해’라는 뜻으로 들렸다 보다. 이후에 굉장히 빠르게 얘기 하는 통에 몇 번이고 ‘sorry?’를 해야 했고, 억양이 독특하다(이상하다는 말을 순화한 걸로 보인다)는 소리도 들었다.
“언어는 문을 여는 열쇠(key)같아.”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한 중국인 친구가 말했다. 그 때 듣자마자 감동받았다. 그 당시는 ‘한번 문을 열기가 힘들지, 열고 면 언어라는 문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라는 뜻으로 이해했다. 당시에도 굉장히 감동받아서 너무 훌륭한 비유라며 듣자마자 박수를 쳤다. 하지만 나중에 곱씹어 생각하니 다른 의미일 수도 있었다. ‘언어는 닫혀 있는 문화와 문화, 사람과 사람간의 문을 여는 열쇠다’는 의미일 수 도 있다. 어떤 의미이든 모두 훌륭했다. 언어란 닫혀 있는 무언가를 여는 열쇠는 맞다.
잠시나마 새로운 세계에 다녀오니 같은 자리에만 있다 보니 더 노력해야 된다는 사실을 망각했다. 새로운 세계와 의사소통을 위해서 언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하지 못했다. 이런저런 핑계는 그만대고 이제 굳게 닫혀 있던 문을 한번 열어 보려 한다./ 전민영 미디어아카데미 명예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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