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농어촌우수마을 중 하나로 꼽히는 장흥 선학동 유채마을/사진출처=귀농신문 |
#전국 유일의 문학군 지정 문학현장 향수 체험
제6회 2016년 한국문학특구포럼이 전남 장흥군 일대에서 지난 10월 8일부터 9일까지 1박 2일간 전국 문학인 1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성대하게 열렸다. 대전에 본부를 둔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는 올해로 4년째 40여명이 참여 지난 2008년 전국 유일의 문학군으로 지정된 장흥 인문학탐방을 체험하고 왔다.
특히, 올해는 ‘한승원 소설가’ 한국문단 등단 50년 그의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특집 세미나와 모노드라마, 작품집 북사인회, 기념문집과 기념패 전달을 하는 등 다채롭게 꾸미는 한편, 한 작가의 여식 ‘한강’소설가에 ‘채식주의자’ 작품이 세계 4대 문학상 맨부커상을 수상한 배경지를 답사하였다.
장흥 인문학 답사길 2일째. 이른 아침 동편으로 햇살이 떠 오르고 정남진에 새로운 날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어제 여흥이 아직도 남았는지 일부 시인들은 방에 모여앉아 통키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한다. 일행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서양의 철학자 ‘바그너’의 말이 떠 오른다.
“여행과 변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생명이 있는 사람이다.”
#조선 관서별곡(關西別曲)창시자 백광홍 기양사(岐陽祠)를 찾아
장흥문화관광해설협회 ‘김상찬 해설가’의 안내로 장흥문학의 옛길 새길을 찾아 출발한 버스는 안양면 기산리 기산 백광홍 고택을 찾았다. 고택에 들어서니 기행서경가사 효시인 백광홍(白光弘:1522-1556)이 지은 `관서별곡(關西別曲)'문장이 눈에 띈다.
관서의 명승지에 왕명으로 보내실새/ 행장을 다스리니 칼 한 자루뿐이로다(중략)/ 백제에서 말을 갈아타고 임진강에서 배타고 건너/ 천수원에 돌아드니 송경(개성)은 옛 서울이거늘/ 만월대 바라보니 슬퍼지누나// 아무리 나랏일이 튼튼치 못하단들 풍경좋음 어이하리/연광정 돌아들어 부벽루에 올라가니/ 능라도 방초와 금수산 노을은/봄빛을 자랑한다// (中略)
▲ 기봉 백광홍의 혼과 문학의 얼이 깃든 기양사 ⓒ 유길수/사진출처=오마이 뉴스 |
#이청준 문학길 ‘천년학’ 흐드러진 메밀밭 무아지경
그래, 누군들 그 따뜻한 남쪽 마을을 향한 그리움이/ 아지랑이처럼 가물가물 일지 않겠는가/ 내 손과 발과 머리털에서/ 내 모든 생각들의 시원이 되어/ 여전히 봄날 철쭉은 붉게 타오르고/ 늦가을 바람에 억새가 서걱이는 정남진/ -소설가 김석중의 '누군들 따뜻한 남쪽 마을이 그립지 않으랴' 중에서
두 번째 장흥문학 답사는 이청준 소설가 문학길. 이곳은 소설작품을 영화로 만든 ‘천년학’ 배경지. 영확속에서 의붓 남매 동호와 송화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가 애절하게 담겨진 곳이다.
이청준 소설가 문학길 메밀꽃밭은 선학동 뒷편 면적이 20㏊나 된다. 산자락으로 이어지는 구릉에 메밀꽃이 활짝 피어 저 멀리 푸른 바닷바람에 일렁인다. 하얀 꽃물결이 흡사 소금을 뿌려놓은 것 같다. 겨울에 피는 눈꽃 같기도 하고 하얀꽃이 파란하늘의 뭉게구름과 어우러져 이국적이다.
마을의 집색깔 지붕과 만나 한 폭의 그림이다. 이곳을 찾은 전국 문학인들은 그저 ‘아, 무아지경 황홀경!’ 바다와 언덕에 펼쳐진 메밀밭의 아름다운 조화는 한 폭의 동화속 자연풍경화. 메밀밭에 담긴 뒷이야기도 아리땁다. 외지인을 배려하는 마을사람들 마음이 담겨 있다. 영화 ‘천년학’ 촬영 뒤부터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다. 하지만 선술집 세트 외엔 별다른 볼거리가 없어 괜히 미안하여 메밀밭 일부러 20㏊를 가꾸었다고 했다.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는 전국에서 온 문학인들 대상 이청준 문학길 메밀밭 중턱 원두막에서 가을 분위기에 맞게 즉석공연을 했다. 준비해간 이동식 앰프를 설치 ‘이준영 가수’의 추억어린 하모니카 연주와 ‘김애경 성악가’의 열창이 장흥문학을 담아 메밀밭을 거쳐 바다로 날아가고 있었다.
#한승원 소설가 해변 문학산책로를 찾아
지난 5월 안양면 사촌리 율산마을회관에서 잔치가 열렸다. 한승원 소설가의 여식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영국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을 축하하는 자리. 장흥은 한강의 아버지이자 작가인 한승원 소설가의 고향이다.
오랜 외지 생활을 접고 귀향해 터를 잡은 곳이 사촌리 ‘해산토굴’이 소설 창작실이다. 건너편 바다는 한승원 소설가 ‘문학산책로’ 해변이다. 이곳에는 ‘어등’ ‘모래알’ 등 한승원의 글이 새겨진 문학비들이 700m 정도 이어진다. 장흥 회진면은 흔히 ‘장흥 문학의 자궁’으로 표현된다. 수많은 작가에게 문학적 토대가 된 이곳에서 이청준, 한승원 소설가가 탄생했다.
장흥문학 탐방 1박 2일간의 대단원은 한승원 소설가 해변 문학산책로 백사장에서 김우영 작가의 통키타 반주에 맞추어 ‘사랑해 장흥을’이라는 국민가요로 합창하고는 전국 1천여명 문학인들은 타고 온 버스에 각 각 승차했다.
일행은 장흥의 문학혼에 취하고 그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 뒤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바를 생각하게 되었다.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배경을 얻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야를 갖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문득 철학자 ‘프리벨’의 말이 생각이 난다.
“여행은 인간을 겸손하게 만든다. 세상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영역이 얼마나 작은 것인가를 깨닫게 해준다.”
열정 장흥문학탐방을 마치고 대전을 향하는데 저만치 차창 밖으로 남도 바닷가의 오후 나절 노을빛이 빨래줄에 늘어지고 있었다. 안양면 바닷가 ‘바다하우스’ 횟집에서 장흥 이금호 원장님과 ‘바지락회무침’ ‘키조개구이’ ‘낙지삼합’ 별미에 ‘햇참살이 하늘수’ 막걸리를 한 잔 하며 주고받은 말이 귀에 걸린다.
“원장님 바지락무침에 뻘맛이 씁쓸하게 씹히는데요 어쩌지요…?”
“아따, 김 작가님. 고 맛이 여그 장흥의 징한 별미랑께요. 일단 목구멍에 넘겨보랑께요. 허허허---!”
김우영(작가·대전중구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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