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만나는 것을 줄이고 공부에 시간을 투자하겠다고 결심을 굳게 했떤 기억은 새록새록 나는데 실천에 옮긴 기억이 없어 씁쓸하다. 월별 계획에도 모임, 사적인 약속은 가득하지만 공부 계획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스스로에게 실망한 표정이 역력하다. 새해가 시작할 때, 새 달이 시작할 때마다 목표를 적어놓았던 것이 부끄럽다. 정리가 끝나자 이윽고 낡은 다이어리는 보기도 싫다는 듯 구석으로 치워버린다.
빈 다이어리에 1월부터 차곡차곡 날짜를 적어 내려가는 손길이 제법 단호핟. 실망스러운한 해를 보내서 그런지 공책을 바라보는 시선은 골똘하고 미간에는 깊이 주름이 생겼다. 세세한 부분까지 단계를 나누고 목표를 적어놓았다. 방금 포장을 뜯은 다이어리가 몇 개월은 손때를 탄 것처럼 보였다.
또 한 해가 끝났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더는 쓸모가 없어진 다이어리를 치우고, 새 것을 장만한다. 친구들, 지인들의 생일과 기념일을 옮겨 적는 것도 작년과 동일핟. 지난 해 시작할 무렵 세웠던 목표들을 점검해본다. 달성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이 비등핟. 그래도 꼭 이뤄야 했던 목표는 다 해내서 후회는 없다.
만나는 사람은 줄고 외출의 빈도가 줄어들어 잠시 우울하게 보냈던 시간도 있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보니 사소한 일에도 오해가 생기기도 했고, 혼자 속앓이를 한 적도 있었다. 그만큼 할 일은 많아 숨이 막혀올 때도 있었다. 하지만 친구들은 그 시간을 기다려주었고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결심, 다짐, 각오... 다양한 이름들로 적어놓았떤 것들이 정리가 되고 나자 이번 한 해도 후회 없이 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완벽할 수는 없지만 만족할 수는 있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본다./김유진 미디어 아카데미명예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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